Interview

모델 장윤주의 음악 이야기

“인트로 곡인 ’29’는 서른이 되기 전의 제 마음을 그려본 거에요. 지난 시간을 마무리져야 할 것 같고.
새로운 인생이 시작될 것도 같은 때 나 자신을 돌아보고 싶었어요. 제 20대는 너무 바쁘고 분주하게 살아온 것 같기도 한데,
그게 또 일면 대견스럽기도 해요. 그런 20대를 보내는 마음이랄까.더 이상 소녀는 아니지만 여자가 되기는 싫은… 다 그렇지 않나요?”

Q. 장윤주가 싱어송라이터로 나섰다는 소식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정말 대단하네요. 12곡에 담긴 CD를 받아보았는데,
모든 곡을 직접 작사/작곡하고 프로듀서까지 했다는 게 놀라워요. 속지에 실린 자연스러운 윤주 씨의 모습도 인상적이었어요.

2004년부터 조금씩 만들어 놓은 곡들을 모아서 낸 거에요. 처음 만든 곡은 ‘Fly Away’,
마지막에 만든 곡이 앨범 녹음 전에 완성한 ‘Love Song’. 생각보다 오래 걸렸죠.
그래도 “모델 장윤주가 노래를 하네?”하며 많이들 주목해주셔서 기뻐요. 네이버의 ‘이 주의 앨범’에도 뽑혔으니까요.
거기에 한 평론가가 제 노래에 대한 편견과 관련해 적어주신 글이 있어요.
“음악을 하는 모델이 아니라, 모델을 하는 음악인으로 생각하고 들으면 훨씬 느낌이 달라질거다” 이렇게요. 좋은 이야기 아닌가요? 하하하.

Q. 혼자 작업한다는 게 어렵잖아요. 게다가 음악은 해왔던 분야도 아니라 무언가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싱어송라이터로 작업을 하려니, 의논할 상대가 많지 않아서 힘들었어요. 제가 다 결정을 해야 하니까.
같이 일하는 스태프들도 모두 “네가 결정할 일이야, 윤주야”이러는 데 난처하더라고요. 그렇다고 내 맘대로 다 할 수도 없고.
다른 연주자들도 있으니까요. 욕심을 버리고 포기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어요.
나중에는 맡길 건 맡기고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것, 원하는 것만 지키자고 마음먹었죠.

Q. 앨범 제목이 ‘Dream’이네요
처음에는 ‘Seosons’로 하려고 했어요. 제 수록곡 안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다 있잖아요. ‘April’도 있고, ‘November’도 있고.
‘Love Song’은 여름이 될 수도 있고, ’29’는 1월이 될 수도 있고, 그런데 작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Dream’으로 정해졌어요.
저한테는 음악을 하는 게 꿈이었고, 또 그렇게 해서 만든 이 앨범이 듣는 사람에게 현실 속에 매몰되지 않고 꿈을 꿀 수 있는 도구가
될 수도 있잖아요. 같이 꿈을 꿀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에서 제목을 결정했어요.

Q. 언제부터 음악을 하는 게 꿈이었어요?
워낙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너무 좋아했어요. 동요를 부르면서도 감정이 이입돼 울기도 했고요. 하하하.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중학교 3학년 때까지 성가대를 했는데, 상까지 받았어요.
그렇게 어릴 때부터 사람들에게도 음악을 좋아하는 아이, 잘하는 아이로 기억되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고등학교 1학년 때,
한 선생님으로부터 음악이라는 게 편곡에 따라 느낌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걸 경험하면서 더욱 집중적으로 관심을 갖게 됐죠.
또 큰 언니가 피아노를 전공해서 그 영향도 받았고요. 어쨌든 항상 음악이 제 옆에 있었어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앨범을 모으기 시작했는데, 모델 일 하면서는 일주일에 CD를 10장 정도 사서 계속 들었어요. 궁금했거든요.
어떤 뮤지션이 나왔는지, 또 그 뮤지션은 이번에 어떤 음악을 발표했는지.

Q. 처음 윤주씨 돈으로 샀던 음반이 뭐에요?
재즈 음반을 사고 싶었어요. 연주곡으로. 그런데 음반 가게 아저씨가 중학생인 저를 보더니 이게 좋겠다며 스탕게츠와 질베르토의 앨범을 추천해주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만난 음악이 많은 영향을 주었네요.

Q. 톱모델로 활동하다 새롭게 뮤지션으로 나서는 게 부담 안돼요?
저를 잘 모르는 분들은 “장윤주가 가수를 해?”이러시지만, 제 주위 분들은 “이제야 나온 거야?”라고들 하셔요.
제게 음악은 그냥 한 번 해보는 게 아니거든요. 어쩔 수 없는 선입견이나 시선은 견뎌내고 극복해야죠. 해야 할 것을 하고 있는 거니까.
이번 음반은 제가 좋아하는 분위기로 작업한 곡들을 묶어낸 거에요. 그래서 대중적이지 않을 수 있어요.
이런 식으로 나이가 들어서도 음악을 하고 싶어요.

Q. 뮤지션으로 출사포를 낸 셈인데, 앞으로 모델 일과는 어떻게 조화를 이뤄나갈 생각인지
참 감사하게도 제가 그동안 모델 활동을 11년간 하며 쌓아논 게 있기 때문에, 지금은 저 스스로 일을 선택할 수 있는 위치가 됐어요.
조금 더 일을 편하게 할 수 있다는 말이에요. 현재는 앨범을 냈으니까 음악 활동 쪽에 더 신경을 쓰고 있고요.
물론 모델 일은 지금처럼 계속할 거에요. 좋은 사진을 남기는 작업만큼 즐거운 일도 없으니까요. 시간이나 노력을 잘 분배해야죠.

Q. 참, 아직도 어릴 적 부모님과 함께 살던 집, 그 옥탑방에서 산다면서요?
노래 속에도 등장하는 제가 뭘 잘 안 바꿔요. 특별히 망가지지 않으면 익숙한 게 좋더라고요. 휴대폰도 구형이고, 차도 99년식이에요.
집도 마찬가지죠, 뭐. 불편하지 않으니까 별로 크게 변화시키고 싶지 않더라고요. 사실 일 때문이라도 나와서 독립할 만하기는 해요.
좀 멀거든요 집이. 그래도 결혼하기 전까지 같이 있자고 하시는 부모님 때문에 눌러앉기로 했어요. 그 옥탑방은 저만의 공간이에요.
완전히 독립된 파리 느낌 가득한 그런 곳으로 만들어 놨거든요. 와본 사람들은 다 놀래요. 하하하

Q. 그런 윤주씨 생활이 노래에 잘 묻어 있어요. 일상적이면서도 편안하고 익숙한
네. 사실 그 방에서 많은 걸 경험했거든요. 내 감성의 원동력이 된 곳이죠. 소중한 곳이에요.

Q. 좋아하는 뮤지션은 누구에요?
음악적으로 너무 많죠. 잘하는 사람들은 무조건 좋아요. 장르에 상관없어. 그래도 가장 관심 있는 뮤지션들은 여성 싱어송 라이터들이에요.
조니 미첼, 캐롤 킹, 노라 존스 등등. 알리시아 키스도 있네요. 국내 뮤지션으로는 심수봉 선생님도 좋고요.
여자의 마음을 정말 잘 표현하시는 것 같아요. 양희은 선생님, 이상은 씨도 자기 색깔을 갖고 있는 분이시고,
장르에 상관없이 여성의 마음을 잘 표현하는 싱어송라이터들이라면 다 관심있어요.

Q. 하긴 인트로 곡 ’29’를 들어보면 여성의 마음이 잘 드러나 있더라고요.
더 이상 ‘소녀’는 아니다. 하지만 ‘여자’가 되기는 싫다는 29살의 여성. 그걸 유쾌하기 부르는 데 듣기 좋았어요.
제가 김연아가 될 수는 없잖아요. 그 나이 때는 보기만 해도 풋풋하고 귀엽잖아요.
정말 ‘소녀’죠. 29살의 언니 입장에서 볼 때 정말 예쁘다고 생각해요.
이건 너무 웃긴 얘긴데 TV에서 공연하는 거 보고 운 적도 있어요. 감동 받아서, 나도 모르게 그냥 막 울었는데,
그러면서 혼잣말을 하는 거에요. 그래 나는 이제 소녀가 아니니라고, 그 마음으로 만든 곡이에요.
제가 앨범 속 다이어리에 ‘늙어서 소녀를 잃는 것은 몸이지 마음은 아닐 것이다’라고 썼거든요.
나이가 들었다는 건 받아들여야 하지만 마음은 김연아일 수 있잖아요. 모든 여자들이 다 그렇지 않을까요? 그런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COSMOPOLITAN> interview
2009. 01 

Photography 김한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