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erfect Match
장윤주, 그리고 무한도전 & 뮤지션 친구들의 위트 넘치는 패션화보
장윤주의 몸은 여러 방향으로 해체되었다가 재조립되었다.
MC, 뮤지션, 엔터테이너, 그리고 다시〈보그〉가 낳은 전무후무한 몸매를 지닌 톱 모델로!
이적부터 장기하, 유재석부터 하하까지, 당대의 뮤지션과 <무한도전>의 엔터테이너들이
장윤주와 함께 장 폴 구드의 명작을 패러디한 패션 신의 위트 넘치는 모델로 분했다.
세계적인 비주얼 크리에이터이자 사진가 장 폴 구드의 명작을 패러디한 오늘의 프로젝트는
‘장윤주와 친구들’이라는 이름으로 그녀 스스로가 완성해낸 것이다.
포즈를 취할 때, 그녀는 허리를 펴고 턱을 조이고 얼음같이 명료한 표정을 짓는다.
뮤지션과 엔터테이너들은 그녀와의 보디 인터랙션만으로 매혹적인 모델이 된 것처럼 느낀다.
장윤주는 너무 자유롭고 열정적인 모델이다. 그녀가 창조해낸 일인다역의 비주얼을 보라!
전무후무한 몸의 명성을 넘어서는 이 시대에 영감을 주는 아름답고 파워풀한 코리안 슈퍼 모델.
그게 5년 전 장윤주의 몸을 석고로 보존한 ‘라이프 캐스팅(Life-Casting)’에 이어 보그가 현재의 장윤주를 글래머러스하게 기록한 이유다.
머리에 100개의 실핀을 꽂고 무아지경에 빠진 열여섯 살 장윤주의 첫 사진은 아직도 <보그>와 그녀를 얘기할 때 전설적으로 회자된다.
이 단순한 사진은 사자 머리에 백조 같은 룩을 한 <보그>의 여타 화려한 페이지들 속에서도 유독 눈에 띄었고,
세계적인 사진작가 스티븐 마이첼의 오디션 콜을 받을 뻔한 행운을 제공했다(타이밍이 맞지 않아 성사되진 않았지만).
닥종이 같은 얼굴에 서구적 육체를 이어 붙인 돌연변이 소녀 모델의 등장은 영국의 케이트 모스만큼이나 한국 패션계에 하나의 사건이었다.
내가 실제로서의 장윤주를 처음 만난 건 5년 전, 그녀의 완벽한 몸을 석고로 떠서 영구 보존하기 위한 ‘크리에이팅 보디’ 작업 현장에서였다.
그전에 스튜디오에서 몇 번 만났지만, 뾰로통한 입술로 담배를 피우는, 연애 문제로 골치를 앓는,
사진작가에서 살갑게 구는, 잘나가는 모델 중 한 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 석고 작업 이후부터 나는 그녀가 끝없이 탈피하려고 몸부림치는 몸의 아티스트가 될 거라고 예견했다.
그날 조각가의 아뜰리에에서 장윤주는 마지막으로 몸에 걸쳐진 팬티를 벗은 채 두 개의 형틀에 팔을 얹고 포즈를 취했다.
“내가 사랑하는 건 케이트 모스의 몸이 아니라 그녀의 눈빛이에요. 그녀의 눈빛이 그녀의 몸을 지배하고 있는 거라구요.”
온몸이 뜨거운 석고로 뒤덮이자 그녀는 화형에 처해지는 중세의 마녀처럼 공포에 차서 중얼거렸다.
“중학교 때가지 나는 내 가슴이 부끄러웠어요. 나는 내 몸이 예쁜 줄 몰랐어요. 그래서 남을 웃기는 코미디언이 되고 싶었어요.
모델이 되고서도 작은 키를 극복하기 위해 X자로 힘차게 걸었어요. 나오미 캠벨, 지젤보다 더!더!더! 난 무대에 서면 늘 속으로 외쳤어요.
‘좋아, 다 한방에 죽여주겠어!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내 얼굴이 아닌 내 몸만을 보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톱 모델과 C급 모델의 차이가 뭔지 아세요? 자기 세계를 갖고 날카로운 눈을 갖고 있다는 거에요.
나는 지금 내가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어요.”
너무 아름다운 몸을 가졌기 때문에 고민하는 얼굴을 가진 소녀, 한때 가슴이 없는 에린 오코너나 스텔라 테넌트를 부러워했떤 장윤주.
그러나 완성된 그녀의 보디는 굳어진 석고 속에서조차 찬란한 볼륨으로 발광했다. 그녀의 얼굴은 그녀의 한쪽 가슴보다 작았다.
조각 작업 후 우리는 홍대로 가서 소주와 삼겹살을 먹었다. 장윤주는 엄청난 식욕을 자랑했으며, 술과 담배를 금기 없이 섭취했다.
그리고 2년 전 ‘보디 토크’ 촬영을 위해 다시 만났을 때, 장윤주는 또 한번 몸의 탈피를 경험한 상태였다.
자신의 몸이 각각의 제국에서 감성의 바다로 흘러가고 있다고 했다. 이미 술과 담배를 끊었고 좀더 정신적인 것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녀는 내게 ‘더 넓게, 더 높이, 더 멀리!’라고 새긴 휴대폰 액정 화면을 보여주면서, 속삭였다.
“한없이 벗겨도 생물처럼 이야기가 쏟아지는 그런 몸을 가진 모델이 되고 싶어요”
그녀는 하늘이 보이는 자신의 옥탑방에서 첫 앨범을 냈고, 첫 책을 냈다. 장윤주라는 몸의 아티스트가 대중 문화의 토양에 싹을 틔우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의 장윤주를 보자. 지금 방송계는 장윤주 전성기를 목격하고 있다.
온 스타일의 인기 서바이벌 프로그램 <도전! 슈퍼모델>부터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
<무릎팍 도사>, <놀러와>, <무한도전>, 그리고 은행카드 CF에 이르기까지, 여기저기 온통 장윤주의 ‘미친 존재감’이야기뿐.
그리고 장윤주와 함께한 2011년 <무한도전>의 달력은 이미 76만 부나 팔려 나갔다.
장윤주는 판매 수익뿐 아니라 퀄리티를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대한민국의 톱 뮤지션과 톱 엔터네이너들을 거느리고 패션 지휘관 역할을 하고 있다.
루시드 폴, 정재형, 이적, 장기하 같은 인텔리전트 뮤지션 친구들부터
유재석, 노홍철, 정준하, 하하, 길, <무한도전>의 김태호 PD 같은 천재적인 예능 친구들에 둘렀인 채,
이제까지도 아티스트나 셀레브리티를 패셔너블하게 포장하기 위해 모델이 동원되는 프로젝트는 있어 왔지만,
톱 모델을 위해 유명 인사가 동원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장 폴 구드의 명작을 패러디한 오늘의 프로젝트는 ‘장윤주와 친구들’이라는 이름으로 그녀 스스로가 완성해낸 것이다.
모델로서 포즈를 취할 때나 패션 지휘관으로서 코멘트를 할 때, 장윤주는 허리를 펴고 턱을 조이고 얼음같이 명료한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보통의 장윤주는 중성적인 약간 쉰 듯한 목소리로 쉴 새 없이 떠들고,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슬랩스틱을 하고,
탁구라도 치듯 엄청난 탄력으로 손뼉을 치며 웃는다. 도도함이란 찾아볼 수 없다.
단지 모델로서뿐만 아니라 동료로서 그녀가 이들과 얼마나 돈돈한 우정을 쌓았는지 오늘의 촬영장을 보면 알 수 있다.
4명의 뮤지션은 장윤주 악단장에게 끌려가는 어리버리 유랑 음악단이 되었다.
복제된 장윤주에게 쫓기는 도망자 이적, 스위티한 아코디언 합주자 루시드 폴,
<스위니 토드>의 그로테스크한 이발사 정재형, 분노에 찬 록커 장기하의 물오른 연기가 시작됐다.
키 작은 하하는 비주얼 리터칭을 통해 키 큰 장윤주를 가뿐하게 들고, 노홍철은 줄 타는 서커스 소녀 장윤주를 끌어올리고 있으며,
길은 정열적인 탱고 댄서가 된 장윤주 옆에서 멕시칸 노래를 부르고, 정준하는 장윤주의 옷을 맞추는 매력적인 제단사로 변신했고,
유재석은 펜싱으로 맞대결을 펼친다. 장윤주는 이 패션 신의 공동 연출자로서 출연진들의 캐릭터를 하나씩 정리해 갔다.
“장기하는 겉으로는 솜사탕이나 벚꽃 같은 야들야들한 꽃잎이 달려서 묘한 향기가 나는 청년이지만, 내면에 분노가 많아요.
치마를 입은 루시드 폴은 패션조차 학자처럼 접근하려 드는, 그 어색함이 매력적인 사람, … 제가 달래느라 힘들었어요. 하하.
이적은 항상 소설을 쓰는 철학도 같죠. <매트릭스>의 주인공처럼, 상상력이 풍부하고 그걸 어떻게든 현실 세계에서 만들어 보려고 해요.
정재형은 음지가 아름답다는 정신세계의 소유자에요. <스위니 토드>의 조니 뎁 역할에 딱이죠.
서스펜서, 호러… 음지에서만 나오는 부드럽고 연한 아름다움을 보는, 클래식한 아티스트죠.”
그렇다면 그녀와 펜싱으로 대결한 유재석은? “온순하고 예의 바른 유재석이 아니라 강한 승부욕과 센 기가 느껴져요.
엄청난 에너지는 가진 사람이에요.” 예능인으로서 활력 있는 비주얼을 보여준 하하와 길,
모델로서도 진지한 연기 욕심을 뿜어낸 정준하, 그리고 환한 아이 같은 에너지를 가진 노홍철.
“하이 상태를 유지하기 피곤하지 않으세요?라고 묻는 건 불필요해요. 계속 밝을 수 있는 특별한 사람이 바로 노홍철이거든요.”
“방송 촬영 때는 윤주 씨가 격이 다른 멘토였는데, <보그>에서는 서커스하면서 함께 노니 정말 신나네요. 이 제레미 스콧 옷 너무 멋져요!”
노홍철은 평소보다 한층 하이퍼 상태가 됐다.
“장윤주는 정말 사랑스럽고 애교가 많아요. 게다가 진지하고 배울 점도 많죠. 윤주 씨는 이미 10년이 넘는 프로잖아요!”
장윤주는 프로페셔널하고 신중하게 이들의 패션 파트너로 상대를 리드한다.
그녀를 <무한도전>의 비주얼 촬영 프로젝트에 끌어들이 김태호 PD는 가발을 쓰고 안경을 벗고
크리스마스 상자에서 나오는 듯한 순진한 어린아이를 연기했다. “전 제가 강아지라고 생각했어요. 나를 산 주인님은 누굴까?라고 궁금해하는.”
“정말 순수한 소울을 지닌 어린아이죠. 통념을 벗어난 사람이 아티스트라면 김태호 PD는 분명 아티스트에요.
그것도 아주 똑똑한. 미래를 내다보고 더 갈 수 있는데도 대중을 위해 정확히 이 시점의 트렌드만 이야기하거든요.”
마치 장윤주처럼, 한 스텝, 한 스텝… 패션쇼 무대를 걸어가듯.
<무한도전>에 출연 의뢰가 들어왔던 건 2009년 여름이었다.
“PD가 제 팬이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생뚱맞은 예능인으로 그 프로에 나가고 싶진 않았어요.”
그리고 지난 겨울, 청담동 10 꼬르소 꼬모 매장에서 어슬렁거리는 그를 보고 장윤주는 전신 거울 앞에서 혼자 기도했다.
‘하나님, 저 사람과 좋은 기회에 다시 만날 수 있도록 해주세요.’
한 달 후 김태호 PD는 <도전! 슈퍼모델>의 컨셉으로 멤버들의 비주얼을 촬영하는데 멘토로 함께 해달라고 요청해왔다.
그리고 알다시피 그년느 패션 교육자 역할과 코미디언 역할을 동시에 잘 해냈다.
“장윤주는 사람을 업시키는 에너지가 있어요. 그녀와 촬영할 땐 기분이 좋아져요. 그건 예능 감각이 있어서기도 하지만,
사람을 유쾌하게 만들고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토크쇼 MC로서의 재능이에요. 장윤주가 포스트 김원희가 될 수 있다고 봐요”라고
<무한도전>의 김태호 PD는 말한다.
정확히 3개월 후 오리지널 <도전! 슈퍼모델>이 국내에 상륙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넥스트 톱 모델이라는 동화만큼 매혹적인 것도 없을 것이다. 모델 타이라 뱅크스가 이끌어가는 <도전! 슈퍼모델>.
이 쇼에서는 타이라가 직접 뽑은 야심에 찬 젊은 모델들이 세련된 숙소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제 2의 타이라가 되기 위해 그녀가 고안해낸 힘들고 종종 모욕감을 주는 도전들을 통해 서로 경쟁한다.
그리고 경쟁이 끝난 후 심사위원들의 평가를 받는다. 이 쇼에서 타이라는 두꺼운 화장과 <다이너스티>풍의 옷을 입은 거만한 디바다.
“모델이라면 누구나 욕심이 날 수밖에 없죠.” 송경아, 차승원 등 많은 인물들이 ‘타이라’ 역할에 거론됐지만, 최종적으로 장윤주가 선택됐다.
제작진은 <무한도전>의 패션 멘토 역할에 대해 장윤주를 높게 평가했다.
“타이라 뱅크스와 비교되는 첫경험이라 떨렸어요. 전 모델, 멘토, 선배, 친구로서 그들에게 최선을 다했어요.
일이 끝나고 나면 저 스스로에게 묻죠. ‘윤주야 최선을 다한 거니? 응! 그러면 됐어. 이제부턴 웃어’라고 저를 위로하면서요.”
<도전! 슈퍼모델>을 보면서 사람들은 묻곤 한다. 왜 저렇게 힘든 걸 하려고 할까?
“왜일까요? 그건 왜? 라는 질문이 그 순간엔 안 들리기 때문이에요. 힘든 걸 열정이 이겨버려요.
추운 바닷가에서 속옷 차림으로 있어도 ‘나 잘난 맛’에 뛰어들게 되죠.”
그녀는 모델 생활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이 사람과 어울릴 수도 있고 저 사람과 그림을 그릴 수도 있고,
생생한 아이콘이나 뮤즈가 될 수도 있으며, 그저 마네킹으로 만족해야 될 때도 있다.
“이 전에 유명 인사들과 촬영할 때는 저는 화려한 의자 같은 역할을 해야 했어요.
하지만 그걸 감수해야 그냥 모델에 머물지 않고 한 스텝 올라서서 톱 모델이 될 수 있죠.”
지금처럼 캐릭터의 존재감을 최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모델 말이다.
“제가 다른 모델들과 다른 점이요? 저는 생각이 많아요. 생각하는 모델이고 싶어 하고, 그 생각을 건강한 방법으로 표현해내려고 해요.
모델로서 한꺼번에 너무 많은 사람을 상대하다 보면 침묵이 필요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땐 새벽 6시에 올림픽 공원 안에 있는 스타벅스에 가요.
저는 신과의 대화인 묵상 노트와 나와의 대화인 일기장, 팬들과의 대화 노트가 따로 있어요. 뭔가를 쓰면서 정리하다 보면 해답이 나와요.
정말 침묵이 필요할 땐 10시간 정도 가만히 있어요. 언제나 내 안에 답이 있는데, 그 중심의 소리를 들으려고 하죠.”
내가 너무 정신적이어서 힐링 지도자 같다고 하자, 그녀는 때론 혼자 목욕탕에 가서 탕 안에 오래 몸을 담그기도 한다고 했다.
“육체의 때를 씻어내면서 정신의 상처 같은 때도 씻어내는 거죠.”
물론 TV 출연 화면조차 인터넷에 캡쳐돼 ‘장윤주, 미친 몸매’라는 검색어로 뜨는 요즘에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나는 그녀와 함께 일한 많은 스태프들로부터 장윤주는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는 얘기를 여러 번 들었다.
시대가 무르익어 지금, 대중과 문화예술계가 그녀의 재능에 환호하는 것뿐.
“저 아이는 처음부터 그랬어요. 생긴 건 특이하고 몸은 예술이고, 쇼 할 때 보면 무대 장악력이 대단했어요.
달라진 게 있다면 옛날엔 좀 날라리였는데, 요즘은 아주 건전해요. 하하.” 메이크업 아티스트 고원혜의 말이다.
“오늘도 윤주는 어떻게 친구들의 긴장감을 풀어 멋진 비주얼을 만들까를 고민하고,
<보그>를 위해서는 또 얼마나 벗어야 할지 고민하고…, <도전! 슈퍼모델>이나 <무한도전>에서 윤주가 빛을 발하는 건,
그만큼 벼락스타가 아니라 차근차근 공을 들여 이 일을 해왔기 때문이죠.” 사진작가 오중석의 말이다.
오랜 음악 동료인 정재형도 ‘일하는 장윤주’를 높이 평가한다. 직접 작사와 작곡을 하고, 기타와 피아노를 공부하고,
녹음 과정에 참여한 장윤주는 ‘아마추어적으로 노래하는 모델’이 아니라 ‘특별한 직업과 감성을 지닌 가수’로 선배 음악인들에게 신뢰를 준다.
“모델들은 좀 소녀적이거나 스너비한데, 윤주는 처음부터 자연스럽게 멋스러웠어요. 음악에 대한 취향도 좋았고,
스스로 보여지는 직업이 주는 지루함을 탈피해 갔죠. 윤주 같은 모델들이 나오는 게 문화적으로 참 바람직해요.”라고 정재형은 말한다.
장윤주 외에도 많은 재능있는 모델들을 봤다. 특별히 자살한 김다울은 정말 안타깝다. 꼼 데 가르쏭의 옷을 사 입으면서
마르크스 이론서를 읽는 10대로 성장했던 김다울은 자신이 서른 살이 될 때까지 모델일을 하고 있을 걸 생각하면 불행하기 짝이 없다고 했다.
커리어에 대한 내적 자부심과 공중의 시선으로 완성되는 모델이라는 포지션에 대한 자본주의적 사고는 모순이었고,
그녀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
대부분의 모델들은 그런 면에서 조울증에 시달린다. 장윤주가 그런 정신적 장애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옥탑방과 종교 덕분이다.
그녀는 화려한 일을 하면서 10평짜리 소박한 옥탑방에서 사는 게 자신의 원동력이라고 말해왔다.
“저는 카드 키만 넣으면 되는 호텔 생활에도 익숙하지만, 인도, 중국, 충청도의 푸세식 화장실이 있는 작은 교회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며
찬물로 샤워하며 지낼 수도 있죠. 그런 극과 극을 오갈 수 있는 건 서른이 될 때까지 옥탑방에서 살았기 때문이에요.”
과장된 패션계에서 일하면서 장윤주처럼 물질과 감정의 파잉이 없기는 쉽지 않다.
스키니 진에 검정 파카와 낡은 운동화를 신고 노메이크업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장윤주.
그리고 그녀는 젊은 아티스트 6인의 여행기인 <CMKM>과 여성들의 옷장을 뒤집었던 스타일 카운셀링북 <스타일 북>의 저자이기도 하다.
“5년 전 <CMKM>을 만들 때 장윤주, 임상효, 홍진경 등의 패션 피플들을 만났어요. 멋지고 스타일리시하고 돈 많고…
그냥 그런 부류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특별히 장윤주라는 모델의 문화적인 감수성이 매력적이었죠.
장윤주 때문에 <스타일 북>이라는 본격 패션 피플 장르를 기획하게 된 거에요.” 라고 시공사 이동은 주간은 말했다.
하지만 내가 이후의 출간 계획을 묻자 손을 휘휘 내저었다.
“저는 작가가 아니잖아요. 라디오 내래이터 같은 감성 에세이는 이미 출판시장에 넘치고 있죠. 그건 음악으로 하면 되죠.
장윤주 닷컴 홈페이지를 찾는 네티즌들에게 상담도 해줘야 하구요.”
얼마전 <놀러와>에 뮤지션들과 출연한 것을 계기로 2집 앨범에 대한 욕심도 생겼다.
“내 안에 이야기가 있는데, 그걸 음악으로 계속 풀고 싶어요.” 처음엔 많은 사람들이 장윤주의 노래를 듣고는 당황한다.
도대체 이 나긋한 소녀는 누구란 말인가? 록이나 일렉트로닉이 아니라 서정적인 어쿠스틱 보이스라니.
“저의 또 다른 모습이에요. 수다쟁이 윤주 뒤에 침묵하는 윤주처럼. 노래하는 나는 옥탑방 고양이고, 모델로서의 나는 정글의 표범인거죠.”
이적은 그녀의 음악에 상투성이 없다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
“장윤주는 자기 마음을 요란한 수사법을 써서 꾸미지 않고 스트레이트하게 담아내요. 좋은 싱어송 라이터라고 생각해요.”
그녀는 요즘, 부모님의 옥탑방을 나와 독립할 생각을 갖고 있다. “데이트하기 힘들어서인가요?”라고 내가 물었다.
“아뇨, 어쩌면 그 반대에요. 엄마의 주방이 아닌 내 주방에서 음식을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요즘엔 사랑보다 일이 더 중요해졌어요.”
나는 그녀에게 친언니 같은 충고를 시작했다. 절정에 이르면 일은 그 어떤 것보다 충만한 보상을 주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단맛’을 너무 심하게 보고 나면, 남자야말로 시시해지고 결혼은 더욱 멀어진다.
“맞아요, 저는 단맛을 본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 성경을 찾아봤더니 이런 구절이 나왔어요.”
그녀가 보여준 시편의 내용은 이렇다. “내 눈을 들어 허탄한 것을 보지 말게 하시고, 주의 길에서 나를 살아나게 하소서.”
장윤주는 끝없이 자신의 인생에 질문을 던지며 스스로 깨닫는 재능을 발휘 중이다.
“1998년도에 제가 뉴욕에 진출해 계속 활동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잘됐을지도 몰라요.” 그녀는 데본 아오키가 나오기 전에 뉴욕으로 갔고,
욕심 많은 부커의 이중 계약으로 비자가 취소되기 전까지 몇 개월 동안 제법 잘나가는 아시아 모델로 활동했다.
“그 후로 비자 문제로 6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가 없었죠. 그때는 내가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할까 서러웠지만
지금은 왜 서울에 남겨졌는지 알 것 같아요. 저는 이 도시에서 할 일이 더 많았고, 좀 더 색깔있는 로컬로 세계 무대에 나갈 거에요.”
그녀는 너무 자유롭고 열정적인 모델이다. 그녀가 창조해낸 일인다역의 비주얼을 보라!
전무후무한 몸의 명성을 넘어서는(<보그 코리아> 편집장은 100년간 이런 몸은 나오지 않을 거라고 했다),
이 시대에 영감을 주는 아름답고 파워풀한 코리안 슈퍼 모델. 그게 5년 전 장윤주의 몸을 보존한 ‘라이프 캐스팅(Life Casting)’에 이어,
<보그>가 현재의 장윤주를 글래머러스하게 기록한 이유다.
- Editing 김지수
- Photography 오중석
- Hair 김귀애, 이에녹
- Make up 고원혜
- Set Styling 다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