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UE beauty
한겨울 사과처럼 풋풋하고 단단한 얼굴로 런웨이를 누비던 톱 모델 장윤주는
이제 자신의 일상과 가정의 행복을 양발로 딛고 서서 새로운 내일을 그린다. 한층 여유로워진 눈빛에는 사랑이 충만하다.
오늘 같이 있는 동안 정말 많이 웃었어요. 너무 뻔한 표현 같지만 ‘주변 사람들까지 덩달아 기분 좋게 만드는 밝음’의 소유자네요.
워낙 어릴 때부터 모델 일을 했고, 힘든 상황은 웬만큼 겪어봐서 그런지 촬영장에서 긴장은 하되 경직되지는 않는 편이에요. 제 자신이 원래 유쾌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좋아하기도 하고요. 저는 말하는 것도 무척 좋아하고, 또 저로 인해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해요. 많은 사람이 ‘모델’하면 떠올리는 시크함과 도도함을 카메라 앞이나 무대에서 표현할 수는 있지만, 사실 진짜 저와는 잘 안어울려요. 어릴 때는 남을 웃기는 코미디언이 되고 싶단 바람을 가져본 적도 있어요. 밝고 즐거운 에너지가 이끌어내는 큰 힘을 믿거든요. 오늘도 보세요. 모두 웃으면서 재미있게 작업한 만큼 결과물도 훌륭하지 않나요?
눈빛의 방향, 얼굴의 각도, 손의 위치, 하나하나 꼼꼼히 챙기더라고요. 역시 톱 모델이다 싶었어요.
유쾌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카메라 앞에 서지만, 완벽한 비주얼을 만들어 내기 위해선 예민하게 움직여야 해요.
제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최대한 끌어나 최상의 모습으로 표현하려고 하죠. 어떤 작업이든 허투루 혹은 적당히 끝내고 싶지 않아요. 물론 모든 과정이 마냥 즐겁고 수월한 건 아니에요. 아무리 오래 일을 해도, 다양한 경험을 쌓아도 매번 새롭고 또 어려워요. 아직도 답답하고 고통스러울 때도 있고요. 다만, 예전에 비해 지금은 조금 덜 날카롭고 조금 더 즐거운 것 같아요.
열여섯 살에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데뷔한 이후 지금까지 정말 쉼 없이 달려 왔잖아요.
재작년 여름부터 지난해까지 어떻게 보면 ‘강제 휴식’을 가진 셈인데, 휴식 이후 확실히 많이 달라 보여요.
맞아요. 스스로도 믿기지 않을 만큼 많은 것이 달라진 것 같아요.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런 표면적인 사건들로만 나열할 수 없는
제 삶의 색깔이랄까 제 안의 결 같은 것들이요. ‘절대적으로 가만히 놓여진 시간’들을 거치면서 일이나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도 달라졋지만,
무엇보다 저라는 사람을 찬찬히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엇던 것 같아요.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존재인지, 지금껏 어떻게 살아왔고,
과연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냉정하게 마주한 ‘장윤주’는 제게도 무척 낯선 사람이었고,
한편으로는 생각을 이어갈수록 더 많은 물음표가 생기더라고요.
마냥 힘들다고 여겼던 20대 시절도 또 다른 의미로 되돌아보게 됐고요.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만큼 충실히 잘 쉬어야 한다잖아요. 정말로 숨이 턱 끝에 차기 전 ‘쉼’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네요.
처음에는 쉬는 게 괜히 불안하고 걱정스럽기도 했는데 결국엔 ‘놓여짐’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어요.신체적인 변화는 물론 달라진 위치, 역할 등
많은 것을 받아들여야만 했죠. 처음에는 최대한 생각을 비우고 좋아하는 일들을 했어요. 운동도 하고 책도 읽고 이런저런 생각들을 끼적이면서
‘리사’를 위한 노래를 만들었죠. 세상에 유일한 존재인 아이를 생각하면, 저는 물론 이 세상에 관해서도 더욱 관심을 갖게 돼요.
사랑스런 아이와 사려깊은 남편, 소중한 가족과 함께 ‘쉼’을 채우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좋아진 것 같아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변화가 마냥 긍정적으로 여겨지지만은 않을 것 같은데요. 여자와 엄마 사이,
특히 모델로서의 삶과 가정에서의 삶은 부딪히는 부분이 많잖아요.
결혼하고 또 아이를 낳고, 제게 주어진 역할이 훨씬 많아진 건 사실이에요. 예전엔 나를 추스르는 것만으로도 헉헉댔는데
이제는 더 많은 역할을 감당해야만 해요. 게다가 육체적으로 멋지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야 하는 모델로서
대중에게 아줌마, 엄마로만 비치면 어떠나 걱정도 커요. 하지만 앞서 두려워하지는 않으려고 해요.
각각의 역할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며 맞춰가는 과정이 분명 저를 단단하게 만들 테니까요.
물론 시행착오도 어려움도 많겠죠. 이제껏 한 번도 안 해본 것들이잖아요.
다행히 주변의 좋은 사람들이 제가 저를 받아들이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많이 도와줬어요.
언제나 꼿꼿하고 날렵한 모델의 삶이란 정말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일으며 세워야 하는 일인 것 같아요. 그 스트레스를 어떻게 이겨내나요?
고맙게도 가족들이, 특히 남편이 저를 바로 서게 잡아줘요. 사실 예전의 저는 고집도 세고 날카로웠고, 뭔가를 내려놓기보다는
혼자 짊어지고 가는 타입이었어요. 일하는 동안에는 오로지 내게만 집중했고요. 그런데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쉬면서,
또 생각지도 못한 여러 변화를 겪으면서, 차츰 부드러워지고 누군가에게도 기대게 되더라고요.
특히 출산 직후 흔히 말하는 산후우울증이 찾아 왔는데, 그 시기에 남편이 다정하게 또 듬직하게 저와 함께 해줬어요.
힘들어하는 저를 어루만져주고 또 어떨 때는 냉정하게 독려하기도 하고요. 덕분에 현명하게 삶의 불균형을 찾아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요즘 윤주씨를 보면 예전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또 충만해 보여요. 그래서인지 자꾸만 칭찬을 하게 되네요.
특히 ‘예쁘다’란 말보다 ‘아름답다’란 말이 참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늘 아름답고 싶은 것은 아마 모든 여성의 아니 모든 사람의 바람일 거에요. 그리고 그 아름다움의 의미는 스스로 찾아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름답다’는 화려한 외모나 섹시한 몸매에서 비롯되는 건 아닐 거에요. 자신을 바로 보고 인정하며 누구보다 ‘자신’다운 모습을 찾아나가는 것,
사랑하는 사람들과 소소한 일상을 나누고 감정을 교류하며 삶의 불균형을 맞춰가는 것,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방법으로 외모를 가꾸고
또 가장 행복한 방법으로 내면을 다지는 것, 그런 것들이 아름다움을 완성한다고 믿어요. 저는 앞으로도 오래도록 아름다운 여자이고 싶어요.
내면에서 배어나는 관능을 간직한 여자, 제가 계속해서 추구할 아름다움일 거에요.
지난해 데뷔 20주년을 맞았죠? 20주년 세리머니 대신 리사의 엄마로 대중과 만났어요. 여러모로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원래는 20주년을 기념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 중이었어요. 임신을 하게 되면서 자연히 다 무산됐는데,
생각해보니 뭔가 벌인다는 것도 좀 이상하더라고요. 내가 뭐 그렇게 대단한 걸 이뤘다고 호들갑을 떠나 싶기도 하고요.
대신 소중한 새 생명과 1월을 시작해 좋은 사람들과 <신혼일기>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연말에는 <겟잇뷰티>에 합류할 준비를 하며 한 해를 뜻깊게 보냈어요. 중간중간 행복한 추억도 많이 만들었고요.
무엇보다 지난 1년을 보내며 앞으로 더 잘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을 얻었어요. 여러 면에서 성숙하지 못한 저이지만, 매일 새로운 날을 겪으며
서툴러도 열심히 살아낸 거잖아요. 이렇게 앞으로도 저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면 되겠다는 용기가 생기더라고요.
일도, 가정도, 그리고 저도 조금 더 사랑하며 꾸준히 행복을 찾아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다시 출발선에 섰다는 생각도 드네요. 늘 새롭게 도전하고 영역을 확장해나가는 당신이기에 앞으로가 또 기대되요. 물론 열렬히 응원할 거고요.
아이를 낳고 저를 추스르는 동안 남편이 이런 얘기를 많이 해줬어요. “윤주는 개척자야. 주저앉아 있는 건 어울리지 않아.
엄마가 된 후에도, 나이가 들어도, 그 자리에서 가장 장윤주다운 모습으로 서 있으면 좋겠어”라고요.
제게도 결혼과 출산 이후 많은 여성이 느꼈을 세상에 대한 두려움, 편견에 대한 갑갑함, 새로운 시작 앞에서의 까마득함이 컸었어요.
남편의 응원에 처음에는 ‘개척? 그게 얼마나 고되고 힘든 일인데, 난 왜 만날 맨 앞에서 바람을 다 맞아야 헤?” 라는 생각도 했지만
개척하는 사람이 가장 즐거울 수 있다는 말에 깨달음이 생기더라고요. 그렇기 때문에 일단은 계속해서 도전하려고 해요.
단, 거창한 목표를 세우지는 않을 거에요. 예전엔 ‘나’만 중요했다면 이제는 함께 가야 할 ‘사람들’이 있거든요. 사랑하고 또 사랑받으며,
행복한 밸런스를 맞춰가려 해요. 그렇게 조화롭게, 아름다움을 누리며 살고 싶어요.
!stLook Vol.149
- 패션애디터 정재연
- 피쳐에디터 이연우
- 사진 김외밀
- 스타일리스트 곽지아
- 헤어 장혜연
- 메이크업 공혜련
- 세트스타일리스트 이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