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ZIA

Yoonju’s Dream

내년이면 데뷔 20주년이 되는 톱 모델 장윤주와 함께 코사무이로 떠났다.
스태프들보다 먼저 리조트에 도착한 그녀는 방이 너무 마음에 든다며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을 보내왔고,
함께 둘러앉은 저녁 식사 자리에서는 모두를 챙기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본격적인 촬영 전에 이미 빨갛게 타버린 몸을 걱정하는 프로의 모습, 헤어와 메이크업을 받으며 19금 이야기를 던지는 유쾌한 모습.
대기 시간에 애교 섞이 콧소리로 남편과 영상 통화를 하는 천생 여자의 모습까지.
3박 5일간 함께했던 그녀는 모델로서도, 한 남자의 아내로서도 지금이 가장 여유롭고 좋은 시기라고 말했다.

집중하고 있는 일이 따로 있나요?
필라테스 자격증을 따려고 공부 중이에요. 이론은 땄고, 매트와 기구 실습만 남았죠.
4월 말에 매트 시험이 있어서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3시간씩 수업을 듣는 중이에요.
필라테스를 한 지는 5년쯤 되었고, 정식으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은 2년 전부터 계속했죠.
센터를 운영하고 싶다기보다는 제가 워낙 사람의 몸에 대해 관심이 많아요.
오랫동안 운동하고 몸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갖게 된 철학이 있다면 몸과 마음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거에요.
몸이 아프면 마음도 아프고, 마음이 아프면 몸이 아픈 것처럼 말이죠. 반대로 몸이 건강하면 마음도 자신감을 갖게 되고,
마음 상태가 좋으면 운동할 때 힘이 생기는 것처럼 모두 연결이 되어 있음을 깨닫게 됐어요.

내면과 외면의 건강함에 대해 고민하는 게 느껴져요.
라테스를 할수록 ‘이런 근육이 있네, 이건 처음 느껴보는 긴장감인데’같이 새로운 걸 발견하게 되더라고요.
그런 걸 새삼 느끼면서 지적인 운동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매력적이에요.

“주위 사람들에게 앞으로 어떤 행보를 펼칠거에요?란 질문을 종종 받아요.
변화의 시기는 분명 맞지만 스스로 변화에 대한 압박을 주지 않으려고 하죠. 지금은 아이도 없고 남편과 둘이 잘 지내고 있어요.
그래서 더 여유 있는 게 사실이고요. 남편을 잘 서포트해 주고 싶어요.”

내년이면 모델로 데뷔한 지 20주년이 되네요.
네, 맞아요. 4년 준부터 그땐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전시도 하자. 책도 쓰자. 앨범도 내자란 생각을 했죠.
이제 1년 남았는데 우선 책을 쓰고 있어요. 지금까지의 ‘장윤주’를 정리한다는 개념은 아니에요.
어떻게 모델이 되었는지, 어릴 때 사진부터 쭉 보여주는 건 식상하잖아요. 오래 소장하고 싶은 책을 만들고 싶어요.
감성적인 글보다는 경험을 기록하자는 콘셉트에요. 모델 논문 같은 느낌이랄까?
모델 일을 오래 하다 보니 여자의 몸을 바라보게 되는 시선을 갖게 되었어요.
그리고 10대 소녀의 몸, 30대를 지나 후반으로 가는 여자의 몸에 대해 노골적으로 쓰고 있죠.

몸과 마음에 대한 고민과 연관되어 있네요.
모델로서 평가되는 대부분이 몸이니 그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고,
몸을 표현하는 부분에 있어서 창의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됐거든요.
오롯이 그 부분에 대해 솔직하게 쓰고 있어요. 사진가와 모델의 관계에 대해서도요.
교감을 나누어야 하는 파트너죠. 사랑의 감정과도 비슷해요.
소통하는 과정에서 사진가에게 전혀 매력을 못 느끼고, 서로 맞지 않는 상황에서 만약 옷까지 선정적이라면 성추행 당하는 기분이 들죠.
그런 디테일한 부분까지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어요.

지금의 모습, 행복해 보이고 좋아 보여요.
공항에서 박완서 선생님의 <노란집>이란 책을 샀는데, 2000년부터 돌아가시기 전까지 쓴 글을 엮어 만든 수필집이에요.
노부부가 살아가는 일상적인 내용 중에 이런 글이 있더라고요.
“남편이 요즘 등을 긁어 달라고 하면 나는 효자손을 준다. 남편의 떡 벌어진 등발이 나는 설레게 했었는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초라해지는 남편의 등을 보는 것이 싫다. 그것이 나의 마지막 사치다.’
그 글을 읽으며 한 사람을 만나 나이가 들 때까지 함께한다는 게 경이롭게 느껴졌어요.
감당해야 하고, 희생해야 하는 부분이 당연히 있지만, 한 남자에 대한 책임과 내게 주어진 권리, 자격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됐고요.
미래를 함께할 남편과 사소한 이야기도 많이 하고, 이 사람과 노인이 될 때까지 함께 잘 살고 싶단 마음이 강하게 들었죠.
아이를 낳으면 이런 마음이 더 커지지 않을까요?

GRAZIA
2016년 5월 2호

  • Editor 사공효은
  • Photo 장덕화, 김민교
  • Make Up 고원혜
  • Hair 백흥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