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영혼을 타고 난 뮤지션들이 만든 음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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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은 직업이 아닌 인종의 분류일지도 모르겠다. 신의 솜씨로 빚어야 가능한 실루엣을 타고난 모델들은
누구보다 눈에 띄는 외모로 자신보다 옷을 더 돋보이게 하는 아이러니의 운명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니 말이다.
그 중에서도 장윤주는 단지 키가 크다거나, 말랐다는 특징으로는 형용이 되지 않는 특별한 윤곽과 비율을 부여받은 행운아다.
그러나 그녀는 주어진 것만큼이나 스스로 획득할 수 있는 것에 주목한다.
스물아홉 살의 고개에서는 틈틈이 공부했던 음악 작업들을 앨범으로 묶어 냈고, 올해는 매일 아침 라디오 DJ로 활동하며 영역을 넓혔다.
모델로서 자신의 커리어에 만족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도전! 수퍼모델 KOREA 2>를 통해서는 신인들을 발굴하는데 힘쓰기도 했다.
음악을 이야기하는 장윤주는 첫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목소리를 높이거나 탄식을 내쉬기도 했다.
이 계절에 완벽히 어울린다는 재즈 피아니스트 칼라 브레이의 ‘Lawns’부터 새삼 가사를 곱씹어보고 있다는 이적의 ‘사랑은 어디로’까지,
다양하면서도 하나의 물줄기를 따라 흐르는 그녀의 취향은 장윤주의 지난 십수 년을 그대로 닮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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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ric Clapton의 <Clapton
“에릭 클랩튼은 얼굴만 봐도 너무 멋있어요. 원래 그의 음악을 좋아하기도 하는데,
이 노래는 너무 끈적끈적하지 않으면서 가볍게 들을 수 있는 블루스의 느낌이 마음에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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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Bette Midler의 <Divine Miss M>
“끈적끈적 한 매력이 있는 곡이죠. 가사부터가 완전 우울하기도 해요. 아이 엠 어 우먼, 론리 우먼이라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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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Pudding의 <If I Could Meet Again>
“좋아하는 건 물릴 때까지 반복해서 보고 듣는 편인데, 이 노래는 어제만 해도 몇 십번은 들었던 것 같아요.
어쩜 이렇게 편곡을 잘했을까 놀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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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손성제의 <비의 비가(悲歌) (Elegy Of Rain)>
“좋은 곡들이 많고, 참여한 보컬리스트들도 다 좋은데, 저는 하림 씨가 노래한 ‘어느 날’이 특히 좋아요.
죽은 남자가 남겨진 연인에게 보내는 이야기인데, 가사가 정말 슬프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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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Abdullah Ibrahim의 <Cape Town Revisited>
“음악이 차분해서 슬픈 느낌을 받을 수도 있는데, 제목이 ‘Wedding’이예요. 그래서 저도 이 곡을 언젠가 제 결혼식에서 꼭 듣고 싶어요.
교회에서 경건하게 하는 것도 좋겠지만, 앨범의 배경인 케이프타운처럼 먼 곳의 해변이나 작은 잔디 정원에서 조용하게 해도 좋을 것 같아요.”
늘 화려한 패션의 중심에 서 있으면서도 정작 자신의 옷은 언제나 가장 단순하고 단정한 것을 입는 여자.
“이제는 예전처럼 일주일에 CD를 10장씩 사고 그러질 못해요”라고 손사래를 치면서도 용량 가득 음원을 구입한 휴대폰을 갖고 있는 여자.
늘 메모하는 것을 좋아해 만년필로 종이 수첩에 또박또박 글씨를 쓰는 이 여자는 제자리를 지킴으로서 자유로워지는 삶의 비밀을 알고 있다.
“많은 일을 하지만 결국 장윤주는 모델로 기억될 것 같아요. 그러고 싶어요”라는 그녀의 말은 그녀의 바람인 동시에 우리가 보고 싶은 결말이기도 하다.
10ASIA interview
2011. 11
Editing 윤희성
Photographey 이진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