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ODY” naked special
장윤주는 특별한 모델이다. 그의 몸의 부피와 라인과 각각의 오브제가 시각적 쾌감을 주는 만큼, 그에 맞먹는 특별한 자의식 때문에.
그녀에게 모델이라는 아이덴티티는 도달하거나 넘어서야 할 어떤 극점이 아니라, 명예롭게 존재해야 할 진행형이다.
이미 싱어송라이터로 데뷔한 장윤주. 과거엔 백스테이지를 배경으로 하는 시나리오도 끄적거려봤고.
“이젠 몸이 예쁘다는 얘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요. 자아도취에 빠지거나 반대로 물체화되서 슬퍼지거나 그렇지 않고”
닥종이 인형 같은 얼굴과 바비 인형의 몸이 믹스된 장윤주의 몸은 이제 패션 코리아에서 전설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
그리하여 장윤주의 몸에 매료된 몇몇 메이저 브랜드들은 이벤트를 통해 그녀의 몸을 탐닉하고 숭배한다.
특히 다산과 풍요의 여신인 아프로디테를 연상시키는 그녀의 100%천연 가슴은 솜씨좋은 성형외과 의사라면 누구나 눈독 들일만한 신의 은총!
라인이 명확한 어깨에서 출발해 풍만한 가슴 골짜기를 건너 호리병처럼 잘록한 허리로 회전한 뒤,
다시 도톰한 엉덩이를 돌아서 인형같은 다리로 미끄러지다 보면 ‘한국형 모던 글래머’의 의미를 깨우칠 수 있다.
170cm의 작은 키로 찰나의 패션 사진과 역동적인 캣워크를 평정한,
가슴과 허리와 둔부로 떨어지는 라인이 수학적 극치를 이루는 멋진 이웃집 소녀, 장윤주. 시간과 중력에 의해 변화하는 몸.
<보그>는 그 시간과 중력이 절정의 타이밍을 이룰 때 빚어낸 환상의 창조물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정지시키고 싶었다.
신체 각 부위를 석고로 본떠 재조립하는 ‘라이프 캐스팅(Life Casting)’의 조각가 김일용과
완벽에 가까운 조형적 신체 균형을 보여주는 장윤주가 만나 새로운 보디를 창조했다.
점토로 빚은 실제 크기의 마(馬)상 앞에서 포즈를 취한 장윤주를 보고 김일용은 약에 취한 듯한 눈빛으로 말했다.
“당신 몸을 ‘뜨고’싶어요” 에스까다 플리츠 원피스에 아르마니의 긴 가죽 장갑으로 몸을 감싼 장윤주는
그의 시선이 옷을 뚫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 부드럽게 칭얼거렸다. “싫어요, 싫어.”
김일용은 신들린 예언자처럼 웃었다. “머지않아 이 아뜰리에를 다시 찾게 될 걸요?”
장윤주가 반 농담조로 장담했다. “하하, 그럴리가요.”
카스텔라 위에 생크림을 바르는 파티쉬에처럼 가슴과 허리와 다리, 그리고 음부에 석고를 발라갔다.
석고가 퍽퍽 소리를 내며 부딪혔다가 흘러내렸다. “몸이 꺼져버릴 것 같아요.” 장윤주는 산산이 부서진 자신의 분신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내가 사랑하는 건 케이트 모스의 몸이 아니라 그녀의 눈빛입니다. 아시겠어요? 그녀의 눈빛이 그녀의 몸을 지배하고 있는거라구요.
나는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알고 있어요. 나는 몸에 도취되고 쇼핑에만 미친 모델이 아니에요. 이건 너무 중요해요.”
<VOGUE> interview
2005. 06
Photography 박지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