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rd’s Song
모델 장윤주와 일상의 장윤주
톱 모델에서 스타일북의 저자로 다시 방송 MC로 모델 장윤주는 늘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하며 대중과 소통했다.
첫 앨범 을 들고 이제 막 가수로 인사하는 장윤주는 그래서 낯설지가 않다.
스물아홉의 톱 모델 그리고 신인가수 장윤주의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포토그래퍼 질 벤시몬이 포착했다.
우연이었는지 필연이었는지 꼭 1년 만에 포토그래퍼 질 벤시몬과 장윤주는 다시 만났다.
1년 전 엘르 코리아의 창간 15주년을 기념한 화보 촬영에서 처음 조우한 이들은 한국, 중국, 일본을 대표한 모델들 사이에서도
유독 찰떡궁합을 자랑했다. 다음에 꼭 다시 촬영하자는 약속을 한 것도 이때.
마치 사전에 연락이나 한 듯 장윤주의 첫 앨범이 나왔던 지난 11월, 포토그래퍼 질 벤시몬은 다시 한국을 찾았다.
촬영 전 만난 장윤주는 스물 아홉의 여자이며 여전히 소녀가 되고 싶은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했고,
질 벤시몬 역시 꾸미지 않은 윤주 그대로였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전했다.
촬영 당일, 스튜디오엔 장윤주의 CD가 흘러나왔다. 귀에 대고 속삭이는 듯한 소녀의 목소리가 공기를 부드럽게 감쌌다.
머리를 올리고, 블랙 실크 드레스를 입은 장윤주가 꼬마 의자에 앉아 기타를 튕기자 어느새 CD 속목소리가 라이브가 되어 귀를 간지럽힌다.
촬영 내내 웃고, 떠들고, 장난치던 장윤주를 조용히 관찰하던 질 벤시몬이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Q. 미니 앨범이나 디지털 싱글이 아닌 정식 앨범을 냈다. 요즘같은 불경기에 용기있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엔 내가 하고 싶으니까 한다는 마음이었다. 오래도록 소망해왔던 일이고, 준비도 많이 했다.
그런데 막상 본격적으로 앨범 작업에 들어가 현실에 부딪히니 나 역시 쉽지 않았다.
회사에서 “윤주야, 지금 들어가는 돈이 얼마야.” 이렇게 말하면 ‘아, 빨리 돈을 벌어 줘야하는데…’란 조급함도 생겼다.
하지만 미니 앨범이나 디지털 싱글로 찔끔찔끔 내 놓는 게 싫었다. 친구들과 Cmkm 책을 내면서 이미 두 곡을 내기도 했었고…
장윤주의 음악을 확실하게 보여주자 싶어 시작부터 정규 앨범을 내자고 용기를 냈다. 뮤지션이 되기 위한 정규코스를 밟은 것도 아니다.
앨범을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작업을 하는 동안 나의 경험부족이나 우유 부단한 성격 때문에 스태프들이 힘들어 했다.
앨범 전체를 프로듀싱하다보니 음악 외적인 것들까지 신경 써야했다. 스케줄을 잡고, 나중엔 세금 계산서 발행같은 일까지.
또 머릿속 그림들을 말로 설명하려니 잘 전달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고. 몰랐는데, 내가 무척 예민하고 완벽주의자 성향을 가지고 있더라.
스태프들이 잘 나왔으니 다음으로 넘어가자고 해도, 내가 만족하지 못하면 넘어갈 수 없었다.
누군가 ‘이건 이렇게 해’라고 단호하게 말해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봤으니까.
Q.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이라면 모델 생활에서도 마찬가지였을 것 같은데
그렇다. 같은 주제를 던져줘도 포토그래퍼와 에디터, 모델이 서로 다른 그림을 그릴 수 있으니까.
하지만 현장 경험이 많아서 인지 접점을 찾는 방법도 안다.
또 전체를 총괄하는 것과 모델 일에 충실하는 것은 다르니까. 물론 나는 촬영할 때 단지 모델에만 머물지 않는다.
Q. 앨범을 만드는 동안 가장 든든한 서포터는 누구였나?
몇몇 음악하는 또래 친구들이 있는데, 그들과 나눈 이야기들이 힘이 되고, 자극이 되고 그랬다. 정재형에게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재형 오빠는 내 상황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니 중간중간 조언을 많이 구했다.
타이틀 곡 ‘파리에 붙인 편지’는 원래 첼로와 트럼펫을 넣으려고 했는데,
오빠가 들어보더니 “아코디언 하나만 가는 게 좋을 것 같아”라고 말해줬다. 결국 아코디언으로 곡을 완성했다.
그냥 사소한 말 한마디가 수 많은 선택을 놓고 고민하는 내게 큰 힘이 되었다.
Q. 질 벤시몬도 그랬고, 카를라 브루니 같다는 평이 있다.
단지 모델출신의 가수여서가 아니라 음악의 분위기가 닮았다는 의견도 있는데 분명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외국 출장을 나갈 때마다 모델들이 낸 음반을 들어보곤 했다. 나오미 캠벨도 음반을 냈었고, 카렌 엘슨도 음악 활동을 한 적이 있다.
그들과 카를라가 다른 점은 단순한 가십이나 이벤트로 음악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진짜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 그녀의 열정이 날 자극시킨 건 사실이다. 앨범을 들어보면 난 스무 살 소녀 감성에 가깝고,
그녀의 노래는 좀 더 성숙한 여인의 향기가 묻어난다. 나도 다음엔 이번 앨범보다 좀 더 비워진 음악을 하고 싶긴 하다.
Q. 전반적으로 앨범에 대한 평이 좋다. 확실한 색깔을 가진 신인의 등장을 반기는 눈치고.
당신을 가장 춤추게 한 평은 무엇이었나? 반대로 상처받았던 평가가 있었다면?
까다롭다고 소문난 음악 평론가가 “선입견을 버리고 들어라 그냥 음악을 하는 게 아니다. 지켜볼만한 신인 뮤지션이 탄생했다.”
는 평을 썼는데, 참 듣고 싶은 말이었다.
하지만 모델로서의 유명세를 활용해 앨범을 냈다거나 미디어를 전략적으로 활용했다는 말은 좀 섭섭했다. 그렇게 머리를 쓸 줄 모른다.
앨범 발매 직전에 ‘놀러와’가 방송되었고(이날 방송에서 그녀는 예능인의 발견이라는 평과 함께 검색어 1위에 올랐다),
낭독의 발견, 페퍼민트에 차례대로 출현했다. 원래 ‘놀러와’는 1달 전에 녹화했던 것이고, 나 보다는 영화 <앤티크>의 홍보를 위한 자리였다.
낭독의 발견에서는 개편하면서 새로운 얼굴을 찾던 중 섭외가 들어왔고, 페퍼민트는 노래를 들려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프로그램이지 않나.
Q. 그럼 앞으로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도 볼 수 있는 건가?
아니. 연말까지는 라디오와 인터뷰 스케줄이 잡혀있고, 연습을 많이 할 생각이다. 1월부터는 크고 작은 무대에서 노래하는 일이 많을 거다.
가수 장윤주의 장점과 단점은 장점은 표현하는 노랫말과 멜로디가 지극히 장윤주스럽다는 것. 내가 가진 모습과 노래의 분위기가 잘 맞는다.
단점은 내 음악이 잘 전달되려면 부르는 나와 듣는 청중 모두 준비가 되어야 하는데, 아직 노래하는 내 모습을 어색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좀 더 시간이 필요하겠지.
Q. 장윤주를 모르는 사람이 당신 음악을 듣는 다면 어떤 사람으로 상상할까?
지금의 나보다 더 어린 소녀가 보이지 않을까? 자연에서 왔을 것 같은 사람 아닌 무언가 일 수도 있겠다.
Q. 지난 몇 년간 장윤주라는 이름으로 했던 활동들(공동 저자로 두 권의 책을 냈고, 케이블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활약했다)
모두 반응이 좋다. 이번 앨범 역시 그런데 다 가진 것 같이 보이는 지금 당신을 지배하고 있는 생각은?
아니다. 다 가지긴 아직 너무 부족한데…
앨범을 내고 나니 부족한 것들이 더 많이 보이고, 음악에 대한 욕심도 많아졌다. 다음 앨범, 라이브 무대를 위한 편곡 등.
오늘 아침에도 곡을 하나 쓰고 나왔는데, 사랑에 관한 얘기다. 추워서 그런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면 결국 사랑이라는 감정과 만난다.
지금껏 내가 한 사랑, 현재의 사랑, 앞으로의 사랑. 사랑이란 감정을 잘 간직하면 더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노래 잘하는 장윤주, 감성을 잘 전달하는 장윤주 중 어떤 게 좋은가 감성을 잘 전달하는 장윤주.
근데 결국 그 감성이라는 것도 노래를 잘 해야 전달된다. 노래 연습을 더 열심히 해서 정말 대단한 보컬리스트가 되고 싶다.
<ELLE> interview
2008
Photography Gilles Bensim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