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푸드 시대의 고유명사, 장윤주
슈퍼푸드의 시대는 요란한 허영으로 가득 차 있다.
안식과 위안이 필요한 시대의 장윤주는 마치 그녀의 노래처럼 서정적이고 감미로운 시간을 살아간다.
장윤주는 여러 번 함께 만난 미팅 자리에서 따뜻하고 솔직한 화보를 찍고 싶다고 했다.
강렬하고 도발적인 재능으로 가득 찼던 패션 사진들에서 벗어나, 잠시 일상으로의 일탈을 꿈꾸는 듯했다.
하지만 촬영장에 도착한 그녀는 카메라 앞에서 영화 <펄프픽션>의 우마 서먼처럼
늘씬한 다리를 교차시키며 춤을 추더니, 골반을 흔들며 사라졌다.
또 조명이 터지는 순간마다 아직 스며들 여지가 많은 보송보송한 스펀지 같았다가도
조명을 끄고 요리에 대해 말할 때는 적당한 온도에서 풍부한 햇살과 빗물, 바람을 받아 무럭무럭 자란 파란 채소로 변신했다.
잠시 쉬는 순간까지도 타인의 함박웃음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열연을 펼치는 코미디언이 되었다.
반영구 배터리가 몸에 이식된 여자 같았다. 그게 장윤주라는 여자에 대한 소회다.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갈피도 잡히질 않았다. 굳이 하나로 비유하자면 그녀는 투명한 틀을 가진 액자였다.
어떤 사진이나 그림을 넣든 잘 소화해내지만 자신의 투명함만은 늘 간직하고 있는.
한국에서 장윤주만큼 모델로서 많은 일을 해낸 사람은 없다.
온몸의 세포를 열어 깊은 곳의 감정을 길어냈고 관습을 벗어 던졌으며 한계를 넘어섰다. 런웨이든 무대든 발을 딛기만 하면 거침없이 나아갔다.
이런 모습을 떠올린다면 장윤주와 요리의 상관관계에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를 잘 들여다보면 그 의문은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나는 평범해요. 밥도 잘 먹고요. 눈물도 많아요. 나는 여자예요. 걷기를 좋아하죠. 편한 차림으로 불편한 힐은 벗고 화장은 잘 안 해요.
평범한 여자예요. 그대 어깨 기대어 온종일 노래를 불러요. 그런 날 안아줘요. 이대로 난 좋아요.”
장윤주의 1집 앨범인 <Dream>의 ‘I’m Fine’ 가사다. 어찌 보면 허영으로 치부할 수 있는 하이패션을 벗고
화장을 지운 장윤주는 과장이 아닌 본래의 슈퍼푸드가 가지고 있는 영양분처럼 가식적이지 않고 일상적이었다.
돌담길을 따라 자란 가을의 코스모스 같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인위적이고 장식적인 요리를 원하거나 지향하지 않아요.
저는 전형적인 한국 어머니 밑에서 자랐어요. 푸짐하게 한 상 가득 차려놓고 함께 나눠 먹는 걸 보고 컸죠.
그게 저라는 여자예요. 앞으로도 달라질 것 같지는 않아요.”
어느 길목에 서 있는 장윤주의 내일은
이제 그녀는 더 새로운 자아를 구상하고 있다.
“페인팅이 될 수도 있고 다른 형태가 될 수도 있지만 제 감성을 보여줄 수 있는 온전한 뮤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평소 그녀가 좋아했고 동경하던 디자이너와 예술가들과의 협업 형태다. 물론 확실히 결정된 것은 없다.
아직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과 같다. 하지만 그것이 어떤 형태로든 뻗어나갈 것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말할 때는 오로지 말 속으로 들어가라, 걸을 때는 걷는 그 자체가 되어라, 죽을 때는 죽음이 되어라.”
그녀는 항상 그래왔다. 무엇을 하든 무엇이 되었다. 그런 모습이 바로 셀러브리티 장윤주를 만들었다.
“우리나라는 셀러브리티라는 단어 자체를 제대로 해석 못 하는 것 같아요. 저조차도 잘 모르겠어요.
모든 미디어에서 셀러브리티를 연예인과 동급의 의미로 취급해요. 사실 사전적으로는 명사라는 뜻이잖아요.”
사실 그녀가 궁금해하는 셀러브리티의 정의는 본인이 데뷔 후 지금까지 해왔던 모습으로 충분히 보여줬다.
가장 장윤주다운 모습이 그 정의였다.
THE CELEBRITY
- Editor _ 안상호
- Photographer _ 목종욱
- Stylist _ 곽지아
- Hair _ 이에녹
- Make-up _ 고원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