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ve the Children

Passion for Love
세이브더칠드런 홍보대사 장윤주, 방글라데시에 아름다움을 전파하다

방글라데시로 톱 모델 장윤주가 짐을 꾸렸다. 국제아동구호개발 NGO인 세이브더칠드럼(Save the Children) 홍보대사인 그녀는
41명의 소녀들에게 허울 좋은 말 대신 진짜 절실한 희망과 아름다움을 직접 전하는 수고로움을 선택했다.

제아무리 열악한 환경의 나라라 해도 장점 하나 정도는 꼽을 수 있다. 자연 그대로의 경관이나 옛날의 위엄을 자랑하는 화려한 왕실,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진미의 맛. 하다못해 싼 환율로 즐기는 쇼핑의 묘미 같은 것 말이다.
그런데 방글라데시는? 먹고 마시고, 길거리를 행보하는 기본적인 안전조차 보장되지 않을 뿐 아니라
내세울 거라고는 세계에서 가장 값싼 노동력과 세계의 모든 NGO 단체를 만날 수 있다는 게 전부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곳으로 가는 여정은 처음부터 불길한 조짐이 느껴졌다.
비행기 편수가 적은 것은 물론이고 경유하는 시간까지 합쳐 꼬박 하루가 걸릴 정도로 웬만해서는 사람들의 발길이 닿기 힘든.
그래서 누구나 쉽게 가려 하지 않는 곳이다. 아니 갈 일이 없다고 표현하는 게 더 맞을 것이다.
만약 당신이 이곳 경유지에서 외국인을 만났다면 그는 NGO 단체 관련 종사자일 확률이 높다.

도착하자마자 모두를 경악시켰던 것은 도로 위에서부터였다. 2차선이 분명한 도로에는 인력거와 택시, 버스와 온갖 승용차가
3줄로 빼곡하게 뒤엉켜 평균 20km의 속도로 엉금엉금 기어가고 있었다. 도로 정체 현상은 충분히 익숙하다고 생각했지만
이곳의 도로 상황은 차원이 달랐다. 끊임없이 울리는 경적소리 브레이크를 1백번 밟아대는 운전사,
차가 긁히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거의 서로 부딪힐 듯 비좁은 공간을 아무렇지 않게 지나다니는 사람들까지.
오죽하면 표지판에 ‘도로 위에서 사람을 그만 죽입시다’라고 써있을까.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시급한 방글라데시에서
‘인권’이라는 개념은 사치에 가까워 보인다. 이슬람 교도들이 80%를 차지할 정도로 남성 위주의 사회라는 것까지 가세한다면
여성의 권리가 설자리는 더욱 없으리라 짐작된다.

우리의 목적지는 수도인 다카(Dacca)에서도 6시간 정도 차를 타고 들어가는 서부의 다울랏디아(Daulatdia) 지역.
‘세이브더칠드런’과 그 홍보대사인 장윤주는 덜컹거리는 차를 타고 전기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먼지가 가득 날리는 시골 마을로 향했다.

“사실 다른 곳에서 홍보대사를 해달라는 연락이 많이 왔었어요. 하지만 아무런 활동도 없이 얼굴만 빌려주는 것은 가식적인 것 같아요.
지인을 통해 세이브더칠드런을 알게 됐는데 직접 방문하는 프로그램이 있더라고요.
또 개인적으로 여성들을 위해 뭔가 도움이 되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있던 차에 이곳에서라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결정적으로 장윤주의 선택에는 한 가지 사연이 숨어 있었다.
1997년, 다울랏디아 지역 홍등가에 거주하던 5명의 여자아이가 세이브더칠드런 호주(SCA)와 현지 파트너 NGO인
KKS(Karmojibi Kallayan Sangstha) 직원들을 찾아왔는데 자신의 어머니처럼 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했던 것.
이 지역 홍등가에선 어머님의 직업을 물려받아 성매매를 강요당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 뒤로 소녀들은 KKS 사무실에서 함께 지낼 수 있었고, 이것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Safe Home’의 시작이다.

성매매를 강요하는 어머니라니, 이해할 수 없는 이들을 위해 그 배경을 잠깐 설명하겠다.
다울랏디아 홍등가는 가장 번성한 항구에 인접해 있는데다가 철도역까지 끼고 있어서 방글라데시 4대 홍등가에 꼽힐 정도로 유동인구가 많다.
여성 한 명이 하루에 상대하는 남성 수가 평균 15명. 그 숫자를 합하면 무려 1만 명에 달할 정도. 어리게는 13세부터 일을 시작하는데
미성년자 보호법이 엄연히 존재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홍등가에서 이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비참한 현실은 계속되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설립된 세이프 홈은 설립 이후 10여 년 동안 11명의 여자아이들에게 새로운 삶과 기회를 부여해 왔다.
그리고 현재 41명에 달하는 소녀들이 이곳에서 지내고 있다. 세이프 홈 입구는 엄격한 표정의 관리인이 교문을 지키고 있다.
이는 간혹 억지로 딸을 홍등가로 끌고 가려는 어머니의 출입을 막기 위한 것이다.

안으로 들어가니 파스텔 핑크와 블루 컬러 페인트가 칠해진 벽면, 여느 소녀와 다르지 않은 까르를 웃음소리,
짙은 갈색 피부와 대비돼 유난히 하얓고 커다란 눈동자가 낯선 이들에 대한 경계심보다 호기심 어린 눈빛을 보내왔다.
오히려 당환한 것은 우리 쪽. 이런 상황에 익숙하다는 듯 장윤주가 활짝 미소를 띤 채 적극적으로 앞으로 나왔다.

“교회에서 간 게 전부이긴 하지만 강원도나 충청도 등지에서 어린아이와 노인 분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간 적 있어요.
인도에서는 거의 수용소나 다름없는 곳에서 생활해 봤고요. 만약 처음이었다면 이런 환경에 불평불만이 가득했을지도 몰라요.
가장 중요한 것은 잠깐 스치더라도 솔직함과 따뜻한 마음만 있다면 단 하루라 하더라도 충분히 교감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죠.”

이런 마음을 알아준 것일까. 기타 선율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그녀 곁으로 소녀들이 다가오더니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그 나라의 언어로 부르지 않아도 ‘진심’만 있다면 통하나 보다. 그 뒤로 이어진 것은 그녀만의 장기인 런웨이 교습.
전통 의상인 짙은 녹색에 골드 참이 박힌 사리로 갈아입자 본연의 카리스마 모델로 변신했다.

“모델이라는 직업에 대한 설명보다 여자니까 아름다움과 자신감이 무엇인지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
처음에는 쑥스러워 몸을 배배꼬던 아이들도 장윤주의 커다란 박수 소리와 칭찬이 거듭되자 점점 더 자신감 있게 정면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럴듯하게 포즈를 취하는 ‘끼’가 다분히 넘치는 아이도 눈에 띄었다. 

“제가 아이들에게 외치고 싶었던 것은 아름다운 마음이에요. 사춘기니까 분명 외모에 관심이 많을 거에요.
하지만 결국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죠. 그 사람 자체가 아름답고 멋있고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해요. 이걸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전국대회에서 2등이나 할 정도로 수준급인 이곳 크리켓 팀으로부터 경기 비법을 전수받고 장윤주의 키만큼이나 큰 갈퀴로 밭도 갈았다.
그런가 하면 발로 구르는 수동 재봉틀을 이용한 박음질에 색색의 실로 수까지 놓는 등 세이프 홈의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러는 동안 편애하고 싶을 정도로 예쁜 아이도 생겼고, 이를 눈치챈 다른 여자아이의 질투 어린 마음도 다독여야 했다.
손을 잡아달라고 수줍게 표현해서 자꾸만 더 눈길이 가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늘 앞장서서 우리에게 뭔가를 가르쳐주는 맹랑한 아이도 있었다.

“여자아이들만 모여 있다 보니 조금 더 비밀스럽고 예민한 것 같아요. 오히려 여자들끼리 있어서 소통하기 쉬었던 부분도 있었고요.
하지만 우리도 한 번씩 겪어봤던 시기잖아요? 그래서인지 아이들의 감정을 파악하면서 대처할 수 있었어요.”

하루만에 이렇게 정이 쌓였나 싶을 정도로 헤어지는 순간에는 모두가 애틋하다.
아마 상처난 마음과 어루만지는 마음이 만났기 때문이었으리라. 장윤주는 끝까지 꿈을 잃지 말 것을 거듭 강조했다.

“너무 좋은 시간이었어요. 특히 소녀들에게 내가 어필할 수 있난 사람이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죠.
내가 잘하는 것이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인데 그런 부분을 여자아이들이 충분히 좋아해 주었으니까요.
여기에서 직접 경험하니 사명감이 생겼어요. 앞으로 이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계속 고민할 거에요.
언니로서, 같은 여자로서 더 많고 좋은 것들을 계속해서 전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그녀처럼 자선활동에 참여하고 싶은 이들을 위해 전하는 장윤주의 팁.

“맨땅에 헤딩하듯 부딪히기보다 여러 가지 경험이 쌓여야 하는 것 같아요. 마음은 있지만 어떻게 할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섣불리 표현하질 못해요. 하지만 계속 참여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의지만 있다면 국내에서 조금씩 해보는 건 어떨까요?”

후원 참여방법
문의 : 6900-4400 (www.sc.or.kr)
계좌 : 하나은행 379-910006-48705 (예금주: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
ARS : 060-700-1233 (한 통화 2천원 기부)

<Elle> interview
2011. 12

  • Photography 황우진
  • Editing 채신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