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ONJU’S REAL LIFE
장윤주는 길게 툭 터놓고 인터뷰하고 싶어 했다.
나만 특별 케이스가 아니라 원래 본인이 인터뷰하는 것도, 당하는 것도 좋아한다.
그녀와 나의 집은 공교롭게도 둘 다 잠실이어서, 근처 체인 커피숍에서 만났다.
“좀 더 프라이빗한 데로 옮길까요?” 그녀는 춥지만 않으면 상관없다고 했다.
그렇게 4시간 30분. 밤이 깊지 않았다면 더 길어졌을지 모른다.
묻지 않은 얘기도 털어놨고, 내 고민도 들어줬다.
인터뷰에 전력을 다한 그녀는 배고프다며(당연하다)
밤 10시에 마트 지하로 잔치국수를 먹으러 가자고 했다. 톱 모델도 밤에 먹는구나.
마트에서 보니 새댁 같았다. 아까는 연애 상담해주는 큰언니 같았는데.
그리고 마지막 인사는 포옹.
그녀는 그런 사람이다. 누구든 언니처럼 안아주는 사람.
“모델이란 타이틀은 저의 일부거든요. 옥탑방에 사는 평범한 셋째 딸 장윤주를 보는 사람은 드물었죠.
저에 대해 참 많이 생각했어요. 모델도 뮤지션도 방송인도 아니고, 아무것도 없는 광야에 혼자 서 있는 여자.
그런 여자 장윤주로서의 삶을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배우든 모델이든 오랫동안 한 길에서 존경받고 좋은 결과물을 낸다면
그 사람의 됨됨이나 삶의 기본이 잘 정리돼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래서 모델 일도 열심히 하지만 여자 장윤주의 삶도 좋게 만들고 행복해지고 싶었죠.
자연스레 어떤 사람을 만나야 하나 고민이 시작됐어요.
그저 같이 걸어갈 수 있는 사람을 바랐어요. 많은 부분이 닮아 있고, 나의 화려함도 소박함도 공유할 수 있는 사람.
이런 생각들을 글로 정리하고 난 뒤에, 그런 사람인 지금의 남편을 만났죠.”
“저는 늘 몸을 예민하게 관리해 왔어요. 모델은 본능적이고 동물적인 감각에 테크닉이 더해져야 해요.
일을 계속할수록 본능적인 면능 잃어버리는 사람도 많거든요. 저는 그게 순수함, 소울이라고도 생각해요.
정두홍 감독님은 저처럼 몸의 본능을 알고, 기술도 잘 훈련된 사람에게서 교만함이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엔 아니라고 했지만, 생각해 보니 몸으로 하는 것에 지고 싶었던 적이 없었어요.
워킹이든 운동이든. 제 안의 승부욕이 좀 나왔나 봐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연기든 모델이든 제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거예요.
축의금의 일부를 저희 부부 이름으로 탄자니아에 기부했어요.
영화 개런티도 전액 3년 전에 방문한 아이티의 학교로 흘려보냈고요.
이번 영화가 돈을 벌려고, 커리어를 플러스하려고 한 게 아니었거든요.
아까 얘기한 것처럼 그저 좋은 사람들과 즐거운 작업이 되겠다는 기대감으로 한 거죠.
앞으로도 이렇게 제가 번 것, 제가 가진 것들을 흘려보내면서 살고 싶어요.”
GRAZIA 59
- 에디터 | 이미림, 김영재
- 사진 | 김영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