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맨 얼굴의 장윤주가 4년동안 기록하고, 작곡하고, 만들다 
I’m Fine

힐을 벗는다. 화장을 지운다. 깨끗하게 얼굴을 씻는다.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는다. 
피아노 앞에 앉아 건반을 두들긴다. 뚱땅뚱땅. 의미없는 소리들. 
하지만 가끔은 좋은 멜로디가 나올 때도 있다. 그 멜로디에 조금씩 살을 붙여 본다. 
하루, 한 달, 일 년. 조금씩 곡이 만들어진다. 
그렇게 4년. 장윤주가 첫 앨범 <Dream>을 만들고 다시 <I’m fine>을 만든 시간.

<Dream>과 <I’m fine>사이, 장윤주는 MBC <무한도전>에 출연했고, MBC <무릎팍도사>에서 패션모델을 대표하는 인물로 초대됐다. 
매일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1년 중 몇 달은 온스타일 <도전 슈퍼모델코리아>의 MC로 온전히 시간을 보내야했다. 
앨범을 내려고 마음먹고 곡을 만들 여유는 없었다. 시간 나는대로 가사를 쓰고, 피아노를 치며 조금씩 곡을 만들어나갔다. 
그러다보니 <I’m fine>에는 ‘오래된 노래’처럼 <Dream>을 발표할 때 쯤 만든 정말 오래된 노래도 있고,
‘Field’처럼 앨범 작업 마지막에야 싣게 된 것도 있다. 어떤 노래에서의 장윤주는 이별의 괴로움에 허우적거리고, 
어떤 노래에서는새로운 시작을 다짐한다. 장윤주의 인생에서 가장 바쁘고 가장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았던 시간. 
하지만 그 때도 장윤주는 기쁘고, 슬프고, 웃고, 울었다. 그래서, ‘I’m fine’에서 그녀는 스스로를 평범하다 노래한다. 

‘나는 평범하죠 밥도 잘 먹구요. 눈물도 많아요. 나는 여자에요.’ 

모든 노래의 작사와 작곡을 했고, 작곡은 자신에게 가장 익숙한 악기인 피아노로 했다. 
<Dream>을 만들 때는 기타를 사운드의 중심에 놓겠다는 구상도 해보고, |
기술적으로 더 좋은 노래를 만들기 위해 처음 만들었던 것과 다르게 멜로디를 바꿔보기도 했다. 
하지만 <I’m fine>은 의도적인 계획이나 구상을 하지 않았다. 다만 시간이 쌓이는 것 만큼 곡을 만들었고, 
가장 편안한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녹음도 널찍한 스튜디오에 모든 연주자들이 모여 합주를 하면서 진행했다. 
세공하듯 정밀하게 깎아내고 다듬은 소리는 없다. 대신 피아노를 치고 노래하는 장윤주가 그 순간 뽑아낸 라이브같은 감정이, 
그 소리들을 품는 널찍한 공간이 주는 아늑함과 여유로움이 담겼다. 

많은 사람들이 더 화려하게 변신하는 메이크오버(make over)를 꿈꿀 때, 
그녀는 마치 리무버로 화장을 지우듯 가장 사적인 감정과 개인적인 취향으로 <I’m fine>을 만들어나갔다. 
앨범의 프로듀서인 푸디토리움의 김정범은 자신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됐고, 
합주를 할 수 있는 넓은 스튜디오는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기타리스트 이병우의 소개로 구할 수 있었다.

일을 하고, 음악을 만들고,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과 음악을 만들었다. 
그렇게 삶의 기록들은 음악으로 남고, 음악이 만들어지는 시간 사이에는 한 여자가 조금씩 더 성숙한 마음을 갖게 된다. 
‘오래된 노래’에서 헤어진 연인을 향해 ‘이대로 떠나가’라며 슬퍼하던 여성은 ‘Healing’에서 스스로의 상처를 보듬은 뒤 
‘The field’에서 힘찬 사운드 속에서 ‘그대를 찾아 떠나가리’라고 노래한다. 

<Dream>이 장윤주 스스로 소녀에 가까운 감성으로 만들었다면, <I’m fine>은 그로부터 4년이 지나 
사는 것과 사랑하는 것의 복잡한 맛을 느끼게 된 어른 여성처럼 느껴진다.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게 자신이 만든 멜로디에 가장 어울리는 느낌을 찾은 장윤주의 목소리는 그 성숙의 일면일 것이다. 
몇 몇 곡은 절친한 보컬리스트 나얼에게 디렉팅을 부탁하기도 하면서, 장윤주는 자신이 가장 자연스럽게 낼 수 있는 목소리를 찾았다. 

4년 동안 장윤주는 더 유명해졌다. 하지만 4년동안, 피아노 앞에 앉아 조금씩 곡을 만들어나가던 한 개인으로서의 장윤주는 
더 속 깊은 어른이자 좋은 뮤지션이 됐다. 4년 전의 장윤주는 <Dream>에서 자신이 좋은 싱어송라이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4년 후, 장윤주는 <I’m fine>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앨범 한 장의 호흡 안에 일관된 스타일과 분위기로 전달하는 뮤지션이 됐다. 
수많은 가수들이 더 유명해지기 위해 듣는 사람만을 위한 짧은 노래들을 부를 때, 
이 유명한 모델이자 방송인은 시간을 쌓아나가며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노래한다. 

<I’m fine>은 평범한 여자가 가장 평범한 방법으로 만든 특별한 음악이다. 

[ 4 Years, 10 track ] 

1. I’m Fine (Ver. Piano)
장윤주가 피아노를 치며 노래한다. ‘나는 평범하죠. 밥도 잘 먹구요. 눈물도 많아요. 나는 여자에요’. 
피아노와 휘파람이 전부인 연주, 자신이 얼마나 빤한 여자인지 털어놓는 가사. 
마치 런웨이에서 내려와 힐을 벗고, 화장을 지우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피아노 앞에 앉아 부른 것 같은 노래.
가장 편한 악기인 피아노와 함께한 ‘I’m fine’을 시작으로 장윤주는 ‘평범한 여자’로서 자신의 마음을 열어 보인다. 

2. 오래된 노래
피아노 한 대로 연주하던 ‘I’m fine’에 이어 ‘오래된 노래’에서 드럼, 베이스, 기타가 덧 붙은 4중주 연주로 진행된다. 
다양한 소리와 보사노바 리듬이 덧붙어 곡을 다채롭게 끌고 가면서 장윤주의 이야기도 천천히 풀려 나간다. 
이 앨범에 실린 노래 중 장윤주가 가장 처음 만들어서 ‘오래된 노래’이기도 하다. 
‘지나간 사랑이야 눈 뜨면 사라질 거야’라며 이별을 노래하는 장윤주의 노래는 처음부터 끝까지 담담하다. 
그러나 보사노바 리듬은 갈수록 조금씩 빨라지고, 후반의 기타 연주는 처연하기까지 하다. 
나직한 목소리에 담긴 장윤주의 슬픔이 서서히 앞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곡. 
싱글로 듣기 보다는 앨범 전체의 흐름 속에서 들어보기를 권한다. 

3. 아침이 오면 Part I
‘아침이 오면 그대 품에서 노래하리’. 사랑하는 이와의 재회를 기다리는 장윤주의 목소리는 최대한 절제되고, 
그녀가 쓴 가사는 햇살이 비치는 창가에 기댄 자신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아침이 오면’은 재회의 희망 대신 포기와 체념으로 가는 괴로움의 기록이다. 
담담하게 반복되는 멜로디 속에서 사운드의 스케일은 점점 더 커지고, 격렬해지는 연주는 곡을 더욱 깊은 우울 속으로 데려간다. 
사람들 앞에서는 담담하게 말하지만 속으로는 울고 있는 사람처럼, ‘아침이 오면’은 장윤주의 조용한 노래 뒤에 있는 복잡한 마음을 펼쳐 놓는다. 
차분하고 담담한 목소리에 담긴 마음을 세밀하게 집어내는 편곡. 
1집부터 시작된 장윤주의 음악이 어떤 스타일로 완성되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곡. 

4. 아침이 오면 Part II
‘Part I’에서 표현된 장윤주의 슬픔은 ‘Part II’를 통해 극단으로 치닫는다. 
록이라 해도 좋을 만큼 앨범 전체에서 가장 격렬한 연주가 진행되고, 
그 속에서 담담하게 ‘기억해 우리 잊지마’를 반복하는 목소리는 
역설적으로 헤어진 누군가에게 더 이상 미련을 가질 수 없게 됐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마치 앨범의 1막을 끝내는 듯한 노래. 

5. Healing 
‘아침이 오면’에서 파국으로 치달았던 감정은 ‘Healing’을 통해 조금씩 치유된다. 
장윤주는 ‘I’m fine’처럼 다시 피아노를 연주하며 차분히 감정을 추스른다. 
‘당신은 언제나 나와 함께 있었죠’라는 가사처럼 헤어진 이와의 기억은 과거형이 됐고, 목소리는 더욱 담담해졌다. 
나얼이 보컬 디렉팅을 맡은 ‘아침이 오면’과 달리 보다 저음이 섞인 장윤주의 목소리는 더 내밀한 독백처럼 느껴진다.
이 앨범에서도 가장 아무 것도 꾸미지 않은 것 같은 장윤주의 목소리와 감정을 느낄 수 있다. 

6. 가을바람

‘아침이 오면’에 이어 ‘가을 바람’ 역시 나얼이 디렉팅했다. 
나얼에 의해 조금 더 가볍고 여성적으로 변한 장윤주의 목소리와 함께 ‘가을 바람’은 가벼운 리듬으로 앨범의 분위기를 끌어 올린다. 
‘I’m fine’부터 ‘Healing’이 이별부터 체념까지의 과정이었다면 ‘가을바람’에서는 그 모든 괴로운 기억들이 추억이 된다. 
멜로디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밝고 가벼운 느낌으로 곡을 바꿔 나가는 김정범의 편곡이 인상적이다.

7. I’m fine
피아노로만 연주한 1번 트랙과 달리 김정범의 편곡이 더해져 보사노바에 가까운 스타일로 변했다. 
장윤주의 목소리와 피아노로만 진행된 1번 트랙이 이별을 맞이한 여성의 우울함을 드러냈다면, 
‘Healing’과 ‘가을바람’을 지나 한결 가벼워진 연주로 진행되는 ‘I’m fine’은 조심스럽게 다시 세상에 발을 딛는 여성의 모습이 그려진다. 
같은 가사라도 1번 트랙과 이 노래의 ‘이대로 나 좋아요’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시간이 지날수록 화사하게 색깔을 더하는 ‘I’m fine’의 뮤직비디오처럼, 한 여성의 마음이 조금씩 밝아지는 어떤 순간이 펼쳐진다. 

8. 불안 
‘가을 바람’과 ‘I’m fine’이 앨범의 2막을 담당한다면, ‘불안’은 3막의 시작과도 같다. 
앞의 두 곡에서 살짝 밝아진 감정은 다시 장윤주의 피아노 독주로 어두운 분위기로 변한다. 
싱글로 듣는다면 짧은 소품이지만, 앨범 전체로 들을 때는 이별과 체념의 과정을 모두 겪은 여자가 
혼자 쓸쓸하게 마음을 다스리는 과정의 일부가 된다. 
이 앨범이 결국 장윤주 개인의 지난 시간동안 쌓이고 변해온 마음의 기록이라는 점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곡. 

9. 더 오래된 노래 
‘오래된 노래’를 피아노 연주로 바꾼 곡. 장윤주는 원래 피아노로 작곡을 하는 만큼 가사를 붙인 
‘오래된 노래’보다 먼저 만든 ‘더 오래된 노래’인 셈이다. 마치 데모 녹음한 것을 쓴 것처럼 녹음 중 들어간 잡음까지 그대로 담았는데, 
일반적인 관점에서는 좋은 녹음이라 할 수 없지만 장윤주 개인의 모습을 드러내는 앨범 전체의 정서와는 어울린다. 
복잡했던 감정들을 정리하고, 다시 ‘불안’을 넘어 다시 피아노 앞에서 노래를 만드는 장윤주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 
결국 그 과정이 이 앨범의 이야기 아닐까.  

10. The Field
장윤주가 앞의 아홉 곡에서 점점 자신의 마음 속으로 들어갔다면, ‘The field’는 제목 그대로 다시 세상에 나아가는 마음이 담겨 있다. 
사운드는 앨범 중 가장 스케일이 크고, 나얼이 디렉팅한 장윤주의 목소리는 한층 더 가볍게 ‘뜨거운 태양’이 내려쬐는 바깥에서 
눈물짓던 아픈 날 들’을 뒤로 하고 ‘또다른 나를 찾아 떠나가리’라고 노래한다. 
자신의 내면 속으로 들어가던 여성은 ‘The field’를 통해 바깥으로 나오고, 장윤주는 ‘The field’를 통해 보다 복잡하고 다채로운 음악들을 시도한다. 
한 여성으로도, 뮤지션으로도 장윤주가 보다 새로운 세상으로 한 발 내딛는 곡. 
또한 이 앨범의 모든 곡은 국내에서 가장 넓은 스튜디오라 할 수 있는 성신여대의 스튜디오에서 진행됐는데, 
특히 큰 스케일의 사운드를 들려주는 ‘The field’는 녹음장소가 만들어낸 넓은 공간감을 확실하게 느끼도록 해준다. 

글. 강용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