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앨범 이후 4년 만에 두 번째 앨범을 냈다.
녹음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7월 말부터다. 1집 때는 프로듀싱도 직접 해서, 녹음 기간만 일 년 정도 걸렸다.
이번에는 1집보다 간결한 스타일을 원해 시간이 돈축됐다. 꾸준히 만든 곡들도 제법 쌓여 있었고.
이번에 푸디토리움이 프로듀싱을 맡았다. 1집과 어떻게 달랐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밴드를 하는 것처럼 끈끈한 파트너십이 생겼다. 그게 너무 감사하고 즐거웠다.
지난 앨범을 만들어 보니, 음악적인 고민에 가로막혔을 때 나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듬직한 조언자가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런 사람이 없다면 다음 앨범이 더 늦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개인적으로 푸디토리움의 음악을 워낙 좋아해, ‘슬프고 따뜻한’ 내 감성을 이해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뮤지션으로 활동하는 데 모델이란 것이 마이너스로 작용하진 않나?
첫 앨범을 냈을 때 사람들은 ‘쇼킹’했다고 한다. ‘모델이 음악을 해? 자기 곡을 만드러?’ 같은 반응들인데,
일단 인상이 강한 어떤 일을 하던 사람이 다른 일을 한다고 하면, 다들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다.
1집 활동 때 공연을 위해 무대에 오르면, 관객의 절반 정도는 ‘얼마나 하나 보자’, 절반은 ‘우와, 장윤주가 노래를 해?’하는 반응이었다.
공연을 마치면 마치 관객과 싸우고 나온 느낌이랄까? 배짱을 갖고 나가지 않으면 무대에 서는 것이 너무 괴로웠다.
어제 푸디토리움 공연에 게스트로 초청되어 오랜만에 많은 관중 앞에서 공연했다. 반응이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더라.
2집을 내놓으며 용기가 필요했겠다.
2집을 꼭 내야 한다는 의무감은 없었다. 너무 힘들다면 1집만 내고 그만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다.
원래 성격이 자연스러운 것을 좋아해, 하기 싫은 일은 만들지 않으려고 한다.
작년에 민트 페스티벌 레이디를 맡으면서 내가 음악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새삼 깨닫고 2집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당시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어서 매일 카메라가 나를 따라다녔는데, 다큐멘터리 감독이
‘일주일 동안 윤주씨를 촬영 했는데, 음악하는 사람들과 같이 있을 때 제일 행복해 보여요’란 말을 했다.
내가 정말 잘 놀고 즐기는 시간은 음악 속에 있는 시간인 거다.
관객들의 냉랭한 반응에 부딪혀 내 음악에 물음표가 생겨나고, 그게 속상하고 슬프기도 했다.
하지만 작년 겨울, 감독의 그 이야기를 듣고, ‘그래, 나는 원래 즐겁고 좋아서 음악하는 사람인데,
내가 굳이 두려움 때문에 음악을 피할 필요가 있을까?’하고 생각을 바꿨다.
첫 앨범과 두 번째 앨범은 제목의 느낌부터 참 다르다. 4년이란 시간, 장윤주의 변화는 뭔가?
20대는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꿈은 많았지만 이룰 수 없어 너무 괴로웠던 시기다.
30대에는 포기할 건 포기하고 멀리 좇기보다 오늘을 살고, 지금 여기에서 즐기며 일하다 보면 내일이 있다는 걸 안다.
어떤 면에서 지혜로워지고 단순해졌다. 1집이 훨훨 날고 싶은 마음, 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아쉬움, 나 자신을 찾는 방황을 이야기했다면,
2집에서는 나는 모델이고 이렇게 사는 사람인데, 당신에게 만큼은 평범한 여자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동안 나를 모델로서 사랑했던 이도 있었고, 모델이기에 매료당한 이도 있었다.
나는 그들 앞에서는 평범하고 싶은데, 그렇게 받아들여지지 않아 상처받곧 했다.
‘I’m Fine’에서 나는 이렇게 평범해라고 노래하면 사람들이 ‘네가 어떻게 평범해?’하고 말하기도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한테만은 그저 평범하고 싶다는 의미다.
‘당신만이 어깨를 내어주고, 따뜻하게 안아준다면 난 그걸로 괜찮아요’라는 뜻이다.
이 곡은 자서전 같은, 내 눈물 같은 곡이다. 가식적이라 생각하지 말고 들어줬으면 좋겠다. 사실 앨범의 원래 제목은 ‘여자’였다.
방송, 무대, 어디에 있든 모델이라는 정체성이 강렬하다. 본인이 바라는 바인가, 바라진 않지만 어쩔 수 었이 따라오는 부분인가?
지난 4년 동안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광고 제의가 많이 들어왔다.
이전보다는 망가지거나 재미있는 이미지의 광고가 많이 들어올거라 예상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대중이 내게서 원하는 모습이 모델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그래서 뭘 하든 모델로 살아가겠다는 생각을 더 하게 됐다.
선두에서 멋지게 후배를 이끌어주고 모범이 되는 사람,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삶의 모델’말이다. 평생 모델이란 단어를 안고 가려 한다.
패션 화보, 예능 방속, 새 앨범 속 장윤주의 갭이 너무 큰데, 그게 또 참 매력적이다.
너무 크지?(웃음) 나도 그걸 느낀다. 그래서 ‘내가 억지로 예능을 하려는 사람인가?’하고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그건 또 아니었다.
난 재미있는 사람이고 유머를 아주 좋아한다. 모델은 진짜 오래해서 내가 드러나는 것, 음악은 내 안에 있는 이야기들이다.
예능은 어찌 보면 일상적인 모습이 나온다고 볼 수 있다. 제일 나다운 것이 뭔지는 잘 모르겠다.
유희열씨의 자연스러운 말투와 행동, 존재 자체가 재미있는 것처럼, 나에게도 그런 면이 있는 것 같다. 본능적으로
첫 번째 앨범이 소녀였다면 이번에는 여인의 메시지다. 장윤주 속 그 소녀는 옅어지고 있나?
마음 어디선가 분명 살고 있다. 예전만큼 진한 감성은 아니겠지. 20대 때는 말투와 행동에서 드러나는 여성성을 숨기고자 했는데,
30대가 되니 더 이상 숨길 수 없더라. 오히려 여자라는 게 더 좋아졌다.
작년에 독립한 이후 집에 꽃이 없었던 적이 없다. 본래의 색을 가지고 태어나 지는 과정을 보는 게 좋다.
여자로서 음식을 잘하는 것만큼 매력적인 일도 없는 것 같다. 집에서 자주 만들어 먹는데, 꽤 먹을만하다.
천생 여자란 말을 하고 싶은 듯한데?
아니 아ㅣ(웃음), 여성스러움이 묻어나는 일을 좋아하게 됐고,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는 거다.
사진을 찍어도 성숙한 여자의 이미지가 이제 더 편하다.
모델에게 중요한 게 보여주는 것이라면, 뮤지션에겐 소통하는 것이다. 문든 뮤지션으로서 감동을 느끼는 때가 있나?
새 앨범 발매 후 ‘꼭 직접 만나 정성껏 사인한 앨범을 건네야지’하고 마음먹은 이들 중 공효진씨가 있었다.
친구이긴 하지만, 자주 연락하는 사이는 아닌데, 꽤 오래전 누군가로부터 그녀가 내 음악을 무척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에는 ‘그래? 고마운 일이네’하고 넘어갔는데, 작년에 3년 여 만에 효진이로부터 문자 메시지가 왔다.
‘윤주야, 나 네 음악 너무 좋아해’하고, 2집에 대한 생각도 별로 없고, 1집이 좋았는지 확신도 못하던 때인데, 문자를 받고 가슴이 따뜻해졌다.
‘네 음악 잘 듣고 있어, 너무 좋아해. 2집 빨리 냈으면 좋겠다. 기다리고 있어’, 감동했다! ‘아, 음악을 계속해야겠구나’하는 생각도 했고,
나도 얼마 전 ‘효진아, 나 새 앨범 나왔어. 우리 오랜만에 만나자’하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런 일들이 감동과 힘을 준다. 어느 행사장에서 오랜만에 만난 배두나 언니가 ‘윤주야, 넌 계속 음악해’하고 말해준 적이 있는데,
정재형, 이적 오빠가 격려해 줄 때와는 또 다른 힘이 됐다.
사람들에게 ‘위로자’가 되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자신을 위로해주는 것은 무엇인가?
아트 앤 뮤직?(웃음) 자연도 되겠다. 음악하면서 위로를 많이 얻는다.
이번 앨범 안에 만남, 사랑, 이별, 치유, 상처 같은 것이 모두 담기며 내 이야기들이 솔직히 묻어났다. 스스로에게 힐링과 위로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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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tor_김미주, 김소은, 민유정
- Photographer_ 보리
- Make up_최시노(고원)
- Hair_에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