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_장윤주의 두 번째 앨범 ‘아임 파인’
작년 새 앨범과 함께 귀국한 저는 다른 뮤지션처럼 방송도 하고 공연 준비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앨범 발매 직후 첫 방송이 아침 라디오 방송이었는데요. 오랜만의 방송이어서 그런지 몹시 긴장됐어요.
그날 방송은 잘 마무리 되었고, 그 방송의 디제이 분이 자신의 첫 앨범에 꼼꼼한 글과 사인을 남겨 저에게 선물로 줬던 게 기억이 납니다.
자신의 두 번째 앨범을 저와 같이 작업하고 싶다는 얘기를 적어주셨기 때문이에요.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그분이 그때 제 음악을 좋아한다는 표현을 남다르게 표현한 것이라고만 생각했네요.
그렇지만 그 후로 우리는 결국 같이 앨범을 만들게 되었고, 그때의 만남 이후 1년이 지난 지금, 그 새 앨범이 발매되었습니다.
바로 오늘 소개해 드릴 모델 장윤주의 두 번째 정규앨범 ‘I’m fine'(아임 파인)입니다.
2008년 첫 앨범 ‘Dream(드림)’을 통해 발표되었던 그녀의 곡은 이미 많은 사람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습니다.
또 국내 여러 페스티벌과 공연을 통해 직접 무대에서 관객과 소통하기도 했고요.
그랬던 만큼 이번 작업은 저에게 부담이 컸던 프로젝트였습니다.
다른 사람이 만든 곡을 한 앨범 안에서 가장 그 사람답게 표현하도록 하는 것은
서로에 대한 깊은 이해와 신뢰 그리고 끈기가 있어야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또 무엇보다 무척 조심스러운 일이기도 하고요.
“장윤주의 진지함과 고민, 고스란히 녹아있는 앨범”
작년 이맘때 즈음 해운대의 한 포장마차에서 장윤주 씨와 새 앨범에 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나누기 시작했어요.
그 후로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작업이 이뤄졌습니다.
해운대 시장 근처 저의 단골 대창집에서 곱창전골과 함께 여러 아이디어를 같이 발전시킨 기억도 나네요.
작업에 대한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던 어느 날, 저에게 윤주 씨가 했던 가장 인상 깊은 말이 있었는데요.
‘오빠의 음악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실험이에요’란 말이었습니다.
짧은 그 한마디에 그녀가 가진 깊은 고민과 진지함이 너무나도 크게 느껴져 앨범 작업을 끝낼 때까지 항상 그 말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앨범은 이처럼 한 싱어송라이터의 진솔한 고백과 세월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앨범입니다.
한 앨범에서 전곡을 본인의 가사와 곡으로 담아내는 것은 연륜 있는 뮤지션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음악인으로서 장윤주라는 그 자체의 모습 이전에 그녀가 가진 음악에 관한 진지함과 고민 때문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 점이 원래 뮤지션이 아니었던 분들이 만드는 다른 많은 앨범과의 큰 차이점이기도 하고요.
이번 앨범은 전작에서 그녀가 들려주었던 음악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지만, 더 많은 감정선과 더 다채로운 장르의 음악으로 이뤄져 있어요.
듣는 분들에게는 가을을 지나 겨울로 가는 지금, 위로가 될 수 있는 음악으로 다가갈 수 있기를 조심스럽게 바라봅니다.
제가 프로듀싱한 앨범이라 예전처럼 한 곡 한 곡에 대한 감상을 쓰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는 것처럼요.
오늘의 음반가게를 통해 모델이 아닌 ‘뮤지션’, 그리고 ‘아티스트’로서의 장윤주에게 응원과 축하의 마음을 전합니다.
저 역시 프로듀서도 편곡자도 아닌, 같은 동료 ‘뮤지션’으로서 말이에요.
글. 김정범(뮤지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