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마음속에 사랑이 불어와 바람 타고 Summertime 한결 같이 설레는 우리의 마음속에 사랑이 피어나 꽃들처럼 설레는 계절 여름, 우리 마음에 Sunlight Everywhere Sunlight Everywhere Sunlight Everywhere Sunlight Everywhere 그대의 발끝에 사르르 밀리는 파도처럼 Summertime 밤하늘의 별 헤는 그대의 손끝에 바람에 흩어진 모래처럼 꿈같은 시간 여름 우리 마음에 Sunlight Everywhere Sunlight Everywhere Sunlight Everywhere Sunlight Everywhere 햇빛 여기에 햇빛 여기에 햇빛 여기에 햇빛 여기에 햇빛은 Everywhere 햇빛은 Everywhere
장윤주는 그저 선율을 따라갈 뿐이다. 제주에서 장필순, 진보와 바람 속을 누비고, 이찬혁과는 서울의 어느 놀이터에서 어깨를 맞댔다. 황소윤과는 시간이 멈춘 듯한 구옥에서 마주했다. 기분좋은 추억 속에 언제나 음악이 있었다.
늘 음악가를 동경했다. 내일 죽을 것처럼 열광적인 퍼포먼스를 뽐내는 무대 위 모습도 멋있었다. 하지만 편한 차림으로 허밍할 때, 일상적 공간에서 스스로 멜로디가 될 때 삶이 곧 음악인 그들이 진심으로 부러웠다. 대형 오케스트라와 함께한 류이치 사카모토의 ‘Merry Christmas Mr. Lawrence’도 웅장한 울림을 줬지만 영화 <류이치 사카모토: 코다>에서 비 오는 날 바깥에서 양동이를 뒤집어쓰고 빗소리에서 음악을 느끼는 그의 모습이 준 감동은 훨씬 크다. 라우브와 트로이 시반이 헐렁한 롱 슬리브 차림으로 저물녘 드라이브를 즐기며 노래하던 ‘I’m So Tired…’ 비주얼라이저는 또 어떤가. 봐도 봐도 질리지 않았다. 팬데믹 시기, NPR 뮤직의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가 힘을 빼고 보다 소박한 사운드로 채운 타이니 데스크 ‘홈’ 콘서트로 변신했을 때 나는 더욱 반가웠다. (빅 사이즈 화이트 티셔츠에 반스 스니커즈 차림으로 등장한 저스틴 비버의 영상을 얼마나 많이 돌려 봤는지!)
가장 자유롭고 순수한 시간. 음악은 언제 어디서든, 그리고 (원한다면) 누구에게나 그런 시간을 선물한다. 예술의 많은 영역이 거대한 문화 사업으로 흡수되었지만 가장 순수하게 남아 있는 영역은 대부분 음악에 속해 있다고 믿는다.
싱어송라이터 겸 프로듀서 진보(JINBO)는 장윤주를 두고 “어린아이가 강하게 살아 있는 사람”이라 표현했다. “모든 아티스트의 마음속엔 어린아이가 남아 있어야 해요. 어릴 땐 누구나 다 창작자였으니까. 노래하고, 춤추고, 그림 그릴 때 순전히 그 즐거움에만 집중하잖아요. 그러다 어른이 되고 주변을 의식하게 되면서 모든 것이 어색해지죠.” 그간 숱한 화보를 기획하고 진행한 나 역시 이번 <보그> 촬영이 장윤주의 순수성 때문에 성사될 수 있었다고 믿는다. 그리고 촬영이 끝난 지금, 그녀가 순수성을 지켜낸 것은 음악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5월의 어느 날, 함께 음악을 만들기 위해 장윤주와 장필순을 제주로 초대한 진보가 데모곡을 공유했다. 기분 좋은 리듬감과 설렘이 느껴지는 멜로디. 왜 녹음 장소와 뮤직비디오 촬영지가 제주여야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오전 8시, 제주의 레코딩 스튜디오에 집결한 우리는 바람이 더욱 강하게 부는 애월읍의 스튜디오에서 <보그> 촬영을 진행했다. 그리고 모든 촬영이 마무리되고 제주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스튜디오 거실에 둘러앉았을 때에야 비로소 진보로부터 프로젝트의 전모를 듣게 됐다. “사일리(Sailli)라는 친구가 2021년쯤 만든 트랙이에요. 보사노바풍이 매력적인 곡이죠. 듣자마자 장필순 선배님의 솔로 데뷔곡 ‘어느새’가 떠올라 바로 연락을 드렸어요. 선배님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았거든요.” 그 후 음악과 관련된 다른 일로 소통을 나누던 장윤주에게도 우연히 트랙을 들려주게 되었고, ‘함께하자’는 진보의 말에 장윤주가 쿨하게 화답하며 셋이서 노래를 만들게 된 것이었다. 이것이 지난 7월 9일 발매된 ‘햇빛 여기에(Sunlight Everywhere)’의 탄생 비화다.
방탄소년단과 제이홉, 샤이니, 레드벨벳 등 수많은 K-팝 아티스트에게 곡을 주고, 저스트 뮤직 소속으로 특히 힙합 뮤지션과 교류가 잦은 진보이기에 싱그럽고 로맨틱한 ‘햇빛 여기에’라는 곡은 장필순과 장윤주에게 의외로 다가왔다. “처음에 자기를 래퍼라고 소개했거든요. 이전에 힙합 뮤지션과 서너 번 협업했는데 제안이 고맙기도 하면서도 기대치를 채워주지 못하면 어떡하나, 걱정도 많이 했어요. 이번에도 결정하기까지 10개월 정도를 망설였죠. 그런데 곡이 좋더라고요. 윤주랑도 잘 어울릴 것 같았고요.”(필순) 보사노바는 장윤주가 편애하는 장르다. 그런 그녀에게 멜로디만큼 와닿은 것은 가사다. “귀담아듣기 위해 애를 써야 하는 그런 가사가 아니었어요. 일상에서 BGM처럼 깔아놓고 싶은 음악이랄까요.”(윤주) 장필순이 맞장구쳤다. “‘Sunlight Everywhere’라는 말도 되게 따뜻하잖아요. 오랜만에 사랑 이야기를 편안하게 풀어낸 노래를 만나니 반가웠죠.”(필순)
서로 함께할 수 있어 반갑고, 처음부터 끝까지 순조로웠던 편안한 작업이었지만 우상과 함께 하는 작업은 때때로 비현실적인 느낌을 줬다. 장윤주는 장필순의 음악을 진심으로 아낀다. “장필순과 조동진, 들국화, 김현철, 빛과 소금 등 엄청난 가수들이 속했던 동아기획의 음악을 정말 좋아했어요. 필순 언니가 출연한 SBS <전설의 무대-아카이브K>도 다 챙겨 봤고요. 저는 언니랑 같이 노래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 영광이죠.”(윤주) 진보는 장필순의 존재감이 지닌 힘을 강력하게 믿고 있다. “샤데이 아두가 정말 끝내주는 가수인데 젊을 때보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멋있어지거든요. 저는 선배님에게서 그런 모습을 봤어요. 화보와 영상으로도 선배님의 아우라가 잘 표현되길 바라요.”(진보)
화보 판을 벌인 건 장윤주다. 예상치 못한 강한 바람 속에서도 장윤주는 특유의 너털웃음을 지으며 현장을 여유롭게 배회했다. 비주얼 디렉터이자 분위기 메이커로 활약한 그녀는 오랜만의 변신으로 설레던 장필순과 진보에게 영감과 용기를 불어넣었다. “필순 언니에게는 고유한 미장센이 있어요. ‘패션쟁이’들이 좋아할 만한 아주 개성 있고,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녔죠. 검은 베스트에 데님을 매치한 자연스러운 룩은 카리스마 있게 소화하고, 힘을 준 화이트 수트는 또 자연스럽게 소화하더라고요. 자연스럽게 나이 든 모습이 아주 멋있어요.”(윤주) “윤주 누나의 얘기에 100% 공감해요. 진짜 멋있는 빈티지죠.”(진보) 애정 어린 눈으로 장필순을 가만히 응시하던 장윤주가 무심코 물었다. “선배님은 어떤 가수 좋아했어요? 어떤 음악 많이 들으셨어요?”
2008년 정규 앨범 <Dream>을 발표하며 싱어송라이터로 변신한 장윤주에게 음악은 가장 순수한 꿈이다. “어릴 때 집안 형편이 넉넉지는 않아서 큰언니만 피아노를 배웠거든요. 저는 그걸 들으며 따라 쳤고요. 그러다 초등학교 때부터 쭉 교회 성가대에서 노래를 부르는데 너무 행복했어요.” 그녀는 진실한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 언제나 음악을 택했다. 2012년 장윤주의 두 번째 정규 앨범 <I’m Fine>이 발매되었고, 동요와 CCM 앨범에도 목소리를 더했다. 몽글몽글한 구름 같은 목소리로 재즈 페스티벌과 단독 콘서트 무대에도 올랐다. “시간이 생기면 항상 작업실에 가만히 앉아 음악만 주야장천 들어요. 20대에 모델 일 하면서 해외 다닐 때도 틈틈이 곡 쓰려고 노력을 많이 했죠. 그래서 지금도 20대 언저리의 여자 인디 뮤지션 음악을 찾아 들어요. 나도 그때 그랬는데, 이건 이런 마음으로 썼겠구나 생각하면서요.”(윤주) 음반 수집도 소중한 취미 중 하나다. 소장한 CD만 어느덧 2,000장에 이른다. 밥 딜런과 핑크 플로이드부터 장필순과 새소년까지, 그녀는 공연장에서도 꽤 자주 목격된다. 워킹 연습을 하거나 화보 촬영을 할 때, 까다롭게 음악을 고르는 것은 물론이다. <보그> 화보 촬영으로 마주한 뮤지션에게 그녀는 항상 누구로부터 영향을 받았는지, 어떤 노래를 많이 들었는지 물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음악을 듣고 있는지, 장윤주는 항상 궁금했다.
롤모델이나 뮤즈는 없지만 수잔 베가의 음악을 좋아했다고 장필순이 말하자 세 뮤지션의 대화는 급류를 타기 시작했다. “‘Tom’s Diner’! 따따따라 따따라따~ 공연 때마다 항상 수잔 베가의 그 노래를 커버했죠.” 장윤주가 못 참겠다는 듯이 일어나 노래를 흥얼거리며 스튜디오를 배회하기 시작했다. “워킹으로 따지면 이런 느낌이거든요. 어때요, 리듬이 자유롭죠. 춤추듯이 걷게 하는 묘한 리듬이 있어요.”(윤주) “전 서태지랑 스티비 원더를 좋아했어요. 새로운 것, 리스너를 깜짝 놀라게 하는 음악을 만드는 아티스트를 동경했죠. 특히 스티비 원더의 ‘Blame It On The Sun’이라는 노래는 제 인생을 바꿨어요. 처음으로 가사에 귀 기울이게 된 노래였어요. 엄청난 위로가 됐죠.”(진보) 장필순은 음악에 틈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듣는 사람이 그 안에 머물며 자신의 감정을 쏟아낼 수 있도록 말이다. “6집 <Soony 6>와 7집 <SOONY SEVEN>을 그런 마음으로 만들었어요. 부르기도 굉장히 담백하게 불렀죠. 그럴 때 청자를 울컥하게 만드는 뭔가가 생겨요. 교감이라고 하죠. 그런데 요즘 음악은 틈이 없어요. 숨 쉴 틈도 없고, 고개 돌릴 틈도 주지 않죠. 하지만 여백이 있는 음악은 운전하고 가면서 무심코 듣다 보면 코끝이 찡하게 만들어요. 그런 게 좋은 음악 같아요.”(필순) 가장 많이 부른 곡은 ‘어느새’와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지만 장윤주가 가장 많이 들은 장필순의 노래는 7집에 수록된 ‘난 항상 혼자 있어요’다. 장필순이 그 말을 듣고 반가워했다. “저도 그 노래 좋아해요. 항상 공연 앙코르곡으로 부르죠. 사실 밝지만은 않은 노래예요. ‘언젠가 이 슬픔은 모두 잊히겠죠.’ 위로로 들릴 수도 있지만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니까요.”(필순)
노을이 지며 대화는 점점 깊어졌다. 지금은 한결 홀가분한 마음으로 노래를 부르고, 음악을 만들지만 한때 음악은 이들에게 욕망이었다. 사람들과 함께 마음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컸을 때 진보는 ‘노래가 어렵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고 한다. “모임에서도 자기를 너무 알아주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으면 불편하잖아요. 제 음악이 그랬을 수 있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죠. 이젠 쉽게, 즐기면서 해보자는 생각이 더 커요. ‘우리의 마음속에 사랑이 불어와 바람 타고.’ ‘햇빛 여기에’의 가사도 그렇게 나온 거죠.”(진보) 장필순도 결코 질리지 않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 스스로를 몰아붙이던 때가 있다. “그렇게 작업하다 보면 끝이 안 나요. 꾸역꾸역 다 만들어도 음악을 들어보면 스스로가 창피해지죠.”(필순) 최근 장윤주 역시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계획한 것들이 마음처럼 실행되지 않자 그녀는 올해 힘을 빼고 살아가기로 결심했다. 물 위를 떠다니듯 주어진 환경에서 마음을 느긋하게 갖는 순간, 선물 같은 기회들이 찾아왔다. 이번 프로젝트 역시 그중 하나다. 장필순도 화답했다. “오늘 너무 즐거웠어요. 이 일을 기회로 다들 만나게 돼 진짜 좋고요. 서로 마음이 맞고 생각이 통하면 불가능할 것 같은 일도 실마리가 쉽게 잡히죠.”(필순)
진보에겐 이 노래를 당연히 제주에서 녹음해야 한다는 확신이 일찍부터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터전으로 와준 후배들에게 장필순은 고마움을 표했다. “제주에서 산 지가 벌써 18년째예요. 사실 제주는 굉장히 거친 땅이에요. 바람도 세고, 험하죠. 어느 날 길을 걷는데 문득 인간이 너무 작고 나약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동시에 이제껏 왜 그리 많은 욕심을 부렸는지 허탈해졌죠. 그걸 매 순간 깨닫게 만드는 제주가 이젠 바람막이처럼 느껴져요.”(필순) ‘섬사람’ 진보도 이에 공감했다. “필리핀에서 자랐어요. 섬에 있으면 자꾸 맨발로 다니고 싶고, 나무도 타고 싶고, 바다에 뛰어들고 싶어져요. 가까운 오키나와에만 가도 확실히 해방감이 있더라고요. 저도 가끔씩은 꼭 섬으로 가야 해요.”(진보) 반면 장윤주에게 제주는 어려운 땅이었다. “어릴 때부터 촬영하러 제주를 밥 먹듯이 왔는데, 이상하게 올 때마다 아팠어요. 그러면서 나랑 제주는 안 맞나 보다, 라는 생각도 했죠. 도시에서 꽤 잘 지내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제주에 대한 정말 좋은 추억이 생긴 것 같아 기분이 좋아요. 또 하나 극복했군요.”(윤주)
음악 여정에는 동반자의 존재도 중요하다. 뮤즈, 소울메이트, 동료, 혹은 음악에 대한 이야기로 밤을 지새울 수 있는 친구들과 음악 행보를 응원해주는 소중한 가족까지, 사람에게서 얻은 힘과 자극, 영감은 더 풍성한 음악을 만들게 한다. 장필순에게는 형 또는 선배라고도 부르는 남편 조동익이 그런 존재다. 싱어송라이터이자 베이시스트, 영화 음악가, 프로듀서인 조동익은 한국 대중음악 역사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아티스트다. “거의 38년을 함께 살며 정신적으로, 음악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받았죠. 한 번도 제 노래와 가사에 대해 평을 한 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요. 서로에게 자연스럽게 물든 거죠.” 장윤주에겐 유희열, 정재형처럼 쉬지 않고 음악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음악 친구들이 많다. 작사, 작곡, 편곡에 모두 능한 진보는 워낙 많은 음악인과 교류한다. 그는 앞으로도 ‘Touch’라는 이름으로 이번처럼 낯선 만남을 도모할 계획이다.
장윤주, 장필순, 진보는 이번 만남으로 음악이 지닌 ‘연결’의 힘을 실감했다. 음악의 힘을 물었을 때 장필순은 고민 없이 답했다. “이렇게 만나게 해주는 것. 계산하지 않고 정해진 룰도 없이 뭔가를 만들게 하는 힘이 있어요. 딱딱하게 굳어진 걸 풀어내거나 연결하는 걸 제일 잘하는 게 음악 같아요.”(필순) 장윤주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음악이 누군가를 손쉽게 위로할 수 있는 거죠. 끊어진 인연도 다시 화합하게 만들고요. 메마른 땅을 촉촉하게 만들어주는 것. 음악은 사랑과 힐링인 것 같아요.”(윤주)
이찬혁과 황소윤은 장윤주와 올해 새롭게 연결된 친구들이다. 찬혁은 지난 6월 28일 발매한 리메이크 프로젝트 앨범 <우산>의 일곱 번째 트랙 ‘처음으로 우산을 잃어버렸어요’에 장윤주의 목소리를 초대했다. 다채로운 목소리로 꽉 채운 이번 앨범을 완성하며 그가 어렵지 않게 장윤주를 떠올린 데는 두 사람의 첫 만남이 미친 공이 크다. 2년 전 <보그> 뷰티 화보 촬영장에서 우연히 만난 이찬혁에게 선뜻 먼저 다가간 장윤주 덕분에 두 사람은 전화번호를 교환하게 됐으니까. “나도 앨범을 낸 가수라고 하니까 많이 놀라더라고요(웃음).”(윤주) 그리고 이찬혁은 그때의 인연을 진정성 있게 대했다. “음악을 들어보겠다고 하길래 으레 하는 인사치레인 줄 알았더니 나중에 ‘아침이 오면’이라는 노래가 좋았다고 말하더라고요. 고맙고 감동이었죠. 이번 프로젝트를 함께 하자고 했을 때 너무 신났어요. 다음에는 꼭 같이 노래를 불러보고 싶어요.”(윤주)
찬혁은 이번 화보를 놀이터나 공원에서 촬영하고 싶다고 했다. 그의 새 앨범 <우산>에도 비슷한 분위기가 흐른다. 편안하고, 산뜻하다. “솔직히 악뮤의 노래도 그렇고 작년 공개한 제 솔로 데뷔 앨범 <ERROR>도 사실 쉽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은 아니에요. 무심하게 반복 재생할 수 있는 앨범을 만들고 싶었죠.” 찬혁이 짧게 앨범을 소개했다. 앨범과 함께 12개 트랙이 전 곡 재생되는 비디오도 공개했는데 누군가의 공간과 삶에 아름다운 배경음악이 되길 바랐기 때문이다. “특별한 게 없어서 특별한 앨범이에요. 저는 오래가길 원해요. 이번에 리메이크곡을 선정할 때도 발매된 지 15년이 넘은 곡 중에서 최대한 유행과 시대의 흐름을 덜 탄 곡을 골랐죠. 평범하고 지루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래서 세련된 것 같아요. 청바지에 화이트 티셔츠는 항상 괜찮은 것처럼요.”(찬혁) 모델, 가수, 배우, MC, 작가, 라디오 DJ 등 스펙트럼을 끝없이 확장하며 꾸준히 전진해온 장윤주는 이찬혁의 열렬한 리스너다. 이찬혁의 곡 ‘파노라마’는 한동안 장윤주의 딸 리사의 애창곡이기도 했다. “이번 앨범에서 신세휘 배우가 부른 ‘춤’ 뮤직비디오를 다섯 번인가 돌려 봤어요. 마지막 장면에서 아주 풍성한 나무를 가만히 보는데 문득 찬혁이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모습처럼 시들지 않고, 계속 좋은 음악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는 팬으로서의 바람이 커요.”(윤주)
이찬혁이 믿는 음악의 힘은 뭘까. “역시나 뭔가를 기억하게 해준다는 점이죠. 사진이랑 비슷한 것 같아요. 초등학교 때 좋아하던 음악을 들으면 그때의 내가 떠오르잖아요. 앤디 셔프의 음악을 들으면 자신감 넘치던 2년 전의 나로 돌아가요. 힘들었던 사랑의 경험을 녹여 완성한 악뮤의 <항해>라는 앨범은 이제는 애틋한 마음으로 과거를 추억하게 만들어요. 음악은 지난 시절의 저를 기쁜 마음으로 마주하게 만들죠.”(찬혁) 그의 말대로라면 <우산>은 언제든 이찬혁에게 타인에 대한 다정한 마음을 상기하게 하는 앨범이 될 것이다. 장윤주는 처음 협업을 제안받았을 때 찬혁에게 앨범 이름이 왜 ‘우산’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찬혁이 그러더라고요. 우산 안에 있으면 나만의 작은 우주 안에 들어간 기분이 들지 않느냐고. 언제든지 위로받고 치유될 수 있는 작은 세상을 만들어주는 찬혁이 음악은 그래서 참 따뜻해요.”(윤주)
장윤주와의 <보그> 촬영을 앞두고 황소윤은 ‘망한 귀족이 갈 법한 이상한 우아함이 흐르는 장소. 작당 모의하러 만난 두 여자의 티타임’이라는 의뭉스러운 컨셉을 제안했다. 음악만큼 비주얼에도 치밀하게 신경 쓰는 황소윤에게 ‘윤주 언니’는 함께 비주얼 판타지를 구현해줄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였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황소윤이 맨 처음 제시한 장소에서는 촬영을 진행할 수 없었지만 구옥에서 마주한 두 사람은 절제된 스타일링과 함께 기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화보를 탄생시켰다. 장윤주는 지난 3월 발매된 황소윤(So!YoON!)의 두 번째 정규 앨범 <Episode1 : Love>의 프리뷰 영상을 함께 촬영하며 힘을 보탰다. 11개 수록곡이 지닌 제각각의 페르소나를 서로 다른 패션 화보 형식으로 소개하는 영상이었다. “음악에 패션을 접목하는 재밌는 작업이었어요. 소화력과 표현력, 몰입력, 모든 면을 고려할 때 유일하게 떠오른 사람이 윤주 언니였죠.”(소윤) 당시 영화를 촬영하며 지쳐 있던 장윤주에게도 많은 힘이 된 만남이었다. “처음부터 너무 신선한 작업이라 생각했어요. 소윤이랑 친구들이 시안부터 옷까지 손수 준비했죠. 그때 시안 중에 <보그> 무빙 커버도 있었는데(웃음). 정말 신나고 재미있게 촬영했어요. 소윤이에게 정말 많은 에너지를 얻었죠. 패션은 판타지에 가까워요. 반면 영화나 드라마는 완전히 두 발을 땅에 단단히 붙인 채로 이끌어가야 할 작업이죠. 저에게는 때때로 판타지가 필요해요.”(윤주)
두 사람의 첫 만남은 새소년 콘서트장이었다. “뮤지션이 무대 위에서 순수하게 미쳐 있을 때, 저는 미쳐요. 소윤이가 딱 그랬죠. 깡도 대단하고, 청춘 그 자체였어요.”(윤주) 고유한 카리스마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황소윤은 장윤주의 존재감을 추켜세웠다. “본인만의 스펙트럼을 계속 갈고닦으며 축적된 시간이 너무 멋있어요. 계속 변화를 시도하고, 그럴 수 있는 능력까지 지닌 사람은 많지 않거든요. 언니처럼 뭐든 잘 흡수하고, 환경에 유연하게 반응하는 법을 배우고 싶어요.”(소윤) 장윤주가 보기에 황소윤은 이미 그런 사람이다. “개성도 있고, 존재감도 있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요. 밴드 새소년도 이름처럼 늘 새로워요. 밴드 음악이 비주류인 한국에서 자기만의 사운드를 선보이면서 변신을 거듭하는 밴드가 또 어디 있겠어요.”(윤주)
축구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에서 푸른빛 잔디 위를 맹렬히 질주하는 황소윤도 좋고, 연기에 대한 호기심 역시 적극 응원하지만 장윤주는 무엇보다 황소윤이 기타를 놓지 않기를 바란다. “‘파도’를 듣다 보면 소윤의 기타 소리만 하염없이 듣고 싶어져요. 나중에 소윤이가 연주 앨범도 꼭 냈으면 좋겠어요. 에릭 클랩튼이나 존 레논처럼요. 일렉 기타만의 사운드와 무브먼트가 얼마나 힘이 있는데요.”(윤주) 새소년으로서, 기타리스트로서 새소년의 행보를 그리는 장윤주의 말을 곰곰이 듣던 황소윤이 이야기했다. “저 역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좋은 음악 그리고 좋은 무대를 선보이는 거예요. 윤주 언니와 패션을 접목한 재밌는 영상을 만든 것도 결국에는 음악에 대한 순수성을 지키고 싶었던 거예요. 제가 만든 음악을 가장 멋지게 표현할 수 있는 길이라면 뭐든 도전할 겁니다. 두루두루 다 시도하고 싶어요.”(소윤)
음악에 대한 이야기는 결국 삶에 대한 이야기다. 어떤 음악을 만들고 싶은지,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기도 하다. 장윤주, 장필순, 진보, 이찬혁 그리고 황소윤. 한번 시작된 이들의 음악 이야기는 쉽게 끝나지 않았다. 이야기의 여운이 짙다. 다섯 명의 뮤지션에게 이번 만남도 그러할 것이다. (VK)
GQ 듣기로는 요즘 하루도 쉬지 못했다면서요. YJ 계속 달린 거죠, 뭐. 작년 12월부터 <베테랑 2> 촬영 시작해서 올해 5월에 끝났고, 끝나자마자 바로 드라마···, TV 드라마는 처음 하는 건데, 제가 연기는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돼서 선뜻 선택을 못 하다가 한 번 해봐도 좋지 않을까 해서 들어간 TV 드라마 작품을 지금 계속 찍고 있고, 그리고 지난 주 토요일까지 작은 영화 하나 찍었어요. 그 영화는 장마에다 예산 상황 상 한 달 정도를 거의 폭주하듯이 찍었고, 그 중간중간에 이찬혁 씨랑 노래 불렀지, 장필순 씨랑도 불렀지, 이런저런 일들이 뒤섞여서 좀 쉼이 없었죠. GQ <베테랑>(2015)을 통해 배우 장윤주로 이름을 올리기 전만 해도 영화에 출연한다면 평생 한 작품만 할 생각이라고 했잖아요. YJ 그러니까, 하후. 어떻게 이렇게 하고 있네요. 그런데 그 <베테랑> 이후에 계속 이런저런 작업들이 들어올 때, 20대 초반에 그랬던 것처럼 ‘내가 계속 이 작업을 해도 될까? 연기에 대한 진심이 내 안에 있나?’ 이런 고민들이 있어서 다 안 하다가 6년 만에 <세자매>(2021)를 하고 나서 좀, 한번 해봐야겠다 싶어 계속하게 된 건 있어요. GQ <세자매>가 거름이 된 건가요? YJ 워낙 연기를 잘 하시는 선배님들이다 보니까 그 안에서 연기를 한다는 게 제가 아니라 기존의 배우 분이 하셨어도 영광이지만 쉽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렇게 딱 해보니까 다른 작품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자신감, 깡 같은 게 좀 생긴 것 같아요.
GQ 그런데 영화라는 키워드가 장윤주와 멀리 있지 않았어요. 서울예대 영화과 출신이죠. 모델로서 맨날 찍히는 사람이라 나도 좀 찍어보고 싶었다고. YJ 또 한 가지는 당시에 동덕여대 모델과가 막 생겨서 모델들에게 문이 활짝 열려있을 때였거든요. 그래서 가기 싫었어. 모델로 일을 하고 있는데 모델과에 가서 뭘 더 배울까? 이런 마음이 있었어요. 대신 연출적인 부분을 배우면 어떨까 해서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시험을) 봤고, 떨어졌고, 그러고 나서 서울예대에 붙어서 갔죠. 지금 돌이켜보면 신기하죠. 현장에 학교 선후배가 정말 많아요. 그렇게 우연히 학교 들어간 게 훗날 또 이렇게 연결되는 구나, 참 신기하다 싶죠. GQ 어릴 때부터 영화 신을 꿈꾼 시네키드는 아니었네요? YJ 그건 아니었어요. 학교다닐 때 완전 영화에 미친 애들, 특히나 예대같은 경우에는 그게 좀 더 광기처럼 있는 친구가 많았는데 그 친구들이랑 대화를 하다 보면 영화도 이들만의 리그가 확실한 데구나, 패션 이상으로 아주 확실한 장르구나, 그게 막 느껴지는 거예요. 얘네들하고는 내가 대화를 깊게는 못 하는구나, 내가 아는 게 없구나, 이런 생각을 학교 다닐 때도 했던 기억이 나요. GQ 그래도 학교는 잘 나갔어요? 수업은 잘 들었나요? YJ 계절학기까지 들었어요. GQ 모범생 아닌가요, 그럼? YJ 아니, 학점이 모자라가지고. 하하하하하. 그때는 연출 전공, 연기 전공이 따로 있었는데 저는 그걸 구분 지어 수업을 듣지는 않았어요. 두루두루, 심지어 실용음악과 가서 실내 합주 수업도 청강하고 그랬어요. GQ 지금와서 돌아보니 그때 배운 것 중 이제야 무슨 말인지 알겠는 것도 있어요? YJ 학교에서 뭘 배웠나 생각해보면 그냥, 그들과 함께 있었다. 그게 공부였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도 전화 통화하는 대학 동기들이 있어요. 감독이 된 오빠도 있고. 완전히 영화광들이죠. 끝까지 갈 수 없는 그 지점까지 가 있는 친구들이 있는데···, 그런 그들과 함께 있었다!
GQ 장윤주와 대화할 때 <세자매> 이야기는 꼭 하고 싶었어요. YJ 응, 응. GQ 특히 미옥이 식탁에 앉아서 남편이 끓여놓은 국과 편지를 볼 때. YJ “존나 맛없네” 이러면서? GQ 그때 겨우 숟가락 끝을 쥐고서 국을 픽 떠먹는, 그 손이 확 좋았어요. YJ 으으음! 그때 근데 NG 되게 많이 났던 것 같아. 하하하하하. GQ 그랬어요? 왜요, 왜? YJ 몰라, 기억도 안 나. 제가 세 자매 중에서 제일 먼저 크랭크인을 했거든요. 미옥 집 신을 제일 먼저 촬영했고, 그게 거의 첫 신이었어요. 그래서 NG를 많이 냈던 것 같아요. 뒷모습이긴 했는데. GQ 그랬구나. 그게 참 계산됐다기엔 뭐하고, <세자매>에 합류하기까지 엄청나게 고민했던 만큼 엄청나게 연구한 결과였으려나 싶었거든요. YJ 그러지는 않았어요. 계산은 절대 할 수 없었어요. 계산을 아예 할 줄 모르는 상태였고, 카메라가 어디 있는지도 잘 모를 때였고. 연기에 있어서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조금 조금씩 이제 좀 알아가고 있는 건데, 그런데 아까 얘기한 것처럼 선뜻 막 작품을 선택하기가 겁나기도 하고 그래서 작년에는 우정 출연만 두 번 했지 작품을 하진 않았거든요? 그런데 ‘반복해봐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올해 하게 됐어요. 엔진을 계속 가동해놓아야 하지 않을까? 어떤 텀을 두는 시기가 지금은 아니지 않을까? 언제든지 ‘액셀’을 밟고 나갈 수 있도록 엔진을 켜놓자. 올해는 좀 그랬어요.
GQ 이건 어때요? 장윤주 작사·작곡 1집 앨범 2008년 발매. 4년 후 2 집 2012년 발매. 5년 후 EP 2017년 발매. 6년 후가 지금 2023년이에요. 새 음반도 낼 때가 된 것 아닌가요? YJ 아우, 올해는 못 내요. 마음은 있어요. 크리에이티브한 아이디어가 제일 많이 떠올랐던 때는 앨범 작업할 때이긴 했어요. 내 것을 내가 온전히 백 퍼센트할 때 제일 뇌가 활성화됐어요. 그런 점에서는 자신의 것을 계속 만들어내는 건 필요해요. 끊임없이 계속 생각하는 맛이 있죠. GQ 그러니까. 지난 앨범들을 들으니 궁금했어요. 지금의 장윤주는 어떤 가사를 써 내릴까. 어떤 무드의 노래를 할까. YJ 그러니까. 가사가 너무 중요해. 제가 연기를 할 때도 그렇고 음악을 할 때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키워드는 사실 진심이거든요. 특히나 음악은 “너 주변에 곡 잘 쓰는 사람들 있으니까 곡을 받아. 왜 네가 다 쓰려고 하니?” 이런 얘기도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그러고 싶지 않았어. 내가 파워 보컬리스트도 아니고, 히트곡을 만들려는 마음도 아니고, 너무 좋아해서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곡은 정말 솔직하게 내가 담아내자’가 첫 번째여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은 막 만들었던 것 같아요. 한계도 분명히 있고, 내가 할 수 있는 범위가 그렇게 막 넓거나 깊지는 않아요, 목소리도 그렇고. 냉정하게. GQ 솔직하죠. 아이 리사를 낳고 만든 기쁨의 앨범 에 그런 가사가 나올 줄은 몰랐거든요. “아름다운 너를 품에 안고 기쁜 눈물 흘렸네. 하지만”.
YJ “난 꿈이 많은 여자인데.” GQ 원래 쓴 가사는 너무 터프해서 남편이 아름답게 다듬어줬다면서요. YJ 아무튼 그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건데 그걸 좀 세게 전달했나 봐요. 기억도 안나. 나 이런 가사 썼다고 했더니 “여보 노래 너무 터프한 거 아니야?” 그래요. 남편이랑 이 감정에 대해 충분히 대화하면서 남편이 이성적으로 수정해줬어요. GQ 어째서 진심을 담을 수 있어요? 속내를 비치는 데도 용기가 필요하잖아요. YJ 그냥 뭐, 많이 안 들으니까. GQ 사람들이 많이 안 들으니까? YJ 응, 많이 안 들어요. 잘 몰라. 하하하하하. 그러니까 더 솔직해지는 것 같아요. 괜히 토 달리고 트집 잡히고 그랬으면 겁나서 못 했을 것도 같은데 “아이 뭐, 안 듣는데 어때” 이러면서 막 하는 것도 있어요.
GQ 2023년의 장윤주를 담은 앨범명은 무엇이 될까요? YJ 일만 했어, 정말. 올해 키워드는 약간···, 연기 같아요. 어떤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와 분석, 그리고 반복. 반복의 미학을 난 믿거든요. 운동을 예로 들면 똑같은 거 매일 해야 돼요. 어쩔 수 없어. 계속 반복이에요. 그런데 그렇게 몸을 트레이닝하면서 깨닫게 되는 지점이 있어요. 그런 반복을 한번 해봐야겠다. 연기를 계속 고민만 할 게 아니라 반복해서 해 보자. 모델로 무대 활동을 할 때 잘 모르겠지만 계속하다 보니 저절로 알게 되는 지점들이 있었고, 모델은 이제 반복의 미학이라기보다 즐기는 장이 됐다면, 연기로도 그렇게 해보자. 아까 얘기한 것처럼 연기에 대한 엔진을 계속 가동 중이에요. 그러니까 델리 스파이스의 ‘항상 엔진을 켜둘게’처럼 <엔진을 켜둘게>. GQ 장르는요? 음악에 빗대자면 <엔진을 켜둘게>는 어떤 분위기인가요? YJ 리듬이 좀 있어야겠지. 리듬은 좀 있어야 해요. 무의식 속에서 계속 흘러가는 플로는 모델로서는 가능하고, 연기도 그렇게 하려는 건데 아직은 잘 안 되는 거고. 제가 옆에서 연기하는 분들을 보니까 무의식 속에서 막 대사가 나오고 생각하지 않게 흘러가는 게 있더라고요. 그걸 믿기도 하고. GQ 본능적으로 나오는. 계산되지 않은. YJ 응, 동물적으로. 그런데 나도 충분히 동물적인 사람이거든. 그건 알고 있거든요. 이성적이거나 계산하면서 모델 활동을 했던 사람은 아니에요. 계산적으로 해보려고도 했는데 그럴 때마다 베스트 컷은 안 나왔던 것 같아. 아무튼 여러 기술적인 것에도 이해가 있어야 하겠지만, 장르로 치자면 재즈처럼 어디로 갈 지 모르는 변주가 계속 이어지는 안에서도 분명한 리듬은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