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ody

“THE BODY” naked special

장윤주는 특별한 모델이다. 그의 몸의 부피와 라인과 각각의 오브제가 시각적 쾌감을 주는 만큼, 그에 맞먹는 특별한 자의식 때문에.
그녀에게 모델이라는 아이덴티티는 도달하거나 넘어서야 할 어떤 극점이 아니라, 명예롭게 존재해야 할 진행형이다.
이미 싱어송라이터로 데뷔한 장윤주. 과거엔 백스테이지를 배경으로 하는 시나리오도 끄적거려봤고.

“이젠 몸이 예쁘다는 얘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요. 자아도취에 빠지거나 반대로 물체화되서 슬퍼지거나 그렇지 않고”
닥종이 인형 같은 얼굴과 바비 인형의 몸이 믹스된 장윤주의 몸은 이제 패션 코리아에서 전설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
그리하여 장윤주의 몸에 매료된 몇몇 메이저 브랜드들은 이벤트를 통해 그녀의 몸을 탐닉하고 숭배한다.
특히 다산과 풍요의 여신인 아프로디테를 연상시키는 그녀의 100%천연 가슴은 솜씨좋은 성형외과 의사라면 누구나 눈독 들일만한 신의 은총!
라인이 명확한 어깨에서 출발해 풍만한 가슴 골짜기를 건너 호리병처럼 잘록한 허리로 회전한 뒤,
다시 도톰한 엉덩이를 돌아서 인형같은 다리로 미끄러지다 보면 ‘한국형 모던 글래머’의 의미를 깨우칠 수 있다.

170cm의 작은 키로 찰나의 패션 사진과 역동적인 캣워크를 평정한,
가슴과 허리와 둔부로 떨어지는 라인이 수학적 극치를 이루는 멋진 이웃집 소녀, 장윤주. 시간과 중력에 의해 변화하는 몸.
<보그>는 그 시간과 중력이 절정의 타이밍을 이룰 때 빚어낸 환상의 창조물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정지시키고 싶었다.
신체 각 부위를 석고로 본떠 재조립하는 ‘라이프 캐스팅(Life Casting)’의 조각가 김일용과
완벽에 가까운 조형적 신체 균형을 보여주는 장윤주가 만나 새로운 보디를 창조했다.

점토로 빚은 실제 크기의 마(馬)상 앞에서 포즈를 취한 장윤주를 보고 김일용은 약에 취한 듯한 눈빛으로 말했다.
“당신 몸을 ‘뜨고’싶어요” 에스까다 플리츠 원피스에 아르마니의 긴 가죽 장갑으로 몸을 감싼 장윤주는
그의 시선이 옷을 뚫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 부드럽게 칭얼거렸다. “싫어요, 싫어.”
김일용은 신들린 예언자처럼 웃었다. “머지않아 이 아뜰리에를 다시 찾게 될 걸요?”
장윤주가 반 농담조로 장담했다. “하하, 그럴리가요.”

카스텔라 위에 생크림을 바르는 파티쉬에처럼 가슴과 허리와 다리, 그리고 음부에 석고를 발라갔다.
석고가 퍽퍽 소리를 내며 부딪혔다가 흘러내렸다. “몸이 꺼져버릴 것 같아요.” 장윤주는 산산이 부서진 자신의 분신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내가 사랑하는 건 케이트 모스의 몸이 아니라 그녀의 눈빛입니다. 아시겠어요? 그녀의 눈빛이 그녀의 몸을 지배하고 있는거라구요.
나는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알고 있어요. 나는 몸에 도취되고 쇼핑에만 미친 모델이 아니에요. 이건 너무 중요해요.”

<VOGUE> interview
2005. 06 

Photography 박지혁

CmKm

CmKm
젊은 아티스트 여섯 명의 여섯 빛깔 여행기

2005. 05
Writing 장윤주, 정신, 김진표, 임상효, 홍진경, 나얼
Publication SIGONGSA

장윤주, 김진표, 나얼, 홍진경, 임상효, 정신은 각각 파리, 도쿄, 런던, 밀라노, 동유럽, 자메이카로 색다른 공간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한 달 동안 그들이 품었던 여섯 빛깔 하늘의 풍경과 이야기를 모아 에 담았다.
뮤지션, 패션 모델, 카피라이터로 활동 중인, 나이도 직업도 조금씩 다른 그들이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자유를 만끽하고 새롭게 체험한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1

사람들은 저마다의 풍선들을 가지고 살아간다.
홀로 부풀어 오를 수 없는 현실 속으로 그들은 한번 더 풍선을 띄워본다.
내가 그려온 그림 언젠가 자유로이 하늘에 떠오를 풍선을 잡고자 사람들은 때때로 잠시 일상을 벗어나 어디론가 훌쩍 떠나는지도 모르겠다.

8년 동안 모델이라는 감각적인 선율 속에서도 나는 수없이 떠나고 싶었다.
나에게 있어 늘 두려웠던 것은 안주하는 나 자신이었다.
화려했던 모델 시절이 지나가고 결혼이라는 것을 해야 하고 아이를 낳고
어쩌면 정해진 룰 안에서 살아가는 것이 가장 보편적인 행복한 삶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아직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은 스물다섯 꿈꾸는 소녀인걸……
누군가 “당신의 정확한 목적지는 어디입니까?” 라고 묻는다면 아직은 명쾌한 답을 할 수 없다.
나는 끝없이 표현하고 또 표현해야 할 사람이고 어떤 형태가 됐든 수많은 감각을 이루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나를 계속 꿈꾸게 하는 이유이고,
나를 어디론가 데려가주는 바람인 것이다.

현실 속 나를 붙잡고 있는 크고 작은 좌절과 망설임이 나를 주저앉게 만들 때도 있었고
후회 없는 선택을 하기 위해서 나 자신과 타협했던 적도 있었다.
지금 달라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절박감,
내 안의 자유, 가능성, 기회, 열정 그리고 노력……
모델을 처음 시작했을 때의 마음처럼 막막하지만 달콤할 것만 같았던 꿈을 향해 한발한발 걸어 나갔던 그 모습을 기억하며
나는 다시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

_Etretat Normandie Cote D’albatre

2

해바라기는 뜨거운 태양 속에서도 늘 환하게 웃고 있다.
장미같이 정열적인 하지만 곧 시들지 않는
크고 둥근 빨간 해바라기……

3

L’amour L’amour L’amour
사랑……

어떤 사람들은 예술과 문화를 사랑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가족을, 명예를, 돈을, 그리고 일을 사랑한다.
파리지앵은 여유를 사랑한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을 떈 조촐한 짐 가방을 싸서 지하철을 타고 기차역에 도착한다.
늦은 아침 동네 어귀에 있는 단골 카페에 가서 작은 와인 한 병을 시켜놓고 두어 시간이고 명상에 잠겨 있는 사람들.
구슬비가 내리는 길을 우산도 없이 다니는 사람들.
어느곳에서든 사랑하는 그녀와 키스를 나누는 파리 남자들
입고 싶은 대로 내 멋 대로 자유롭게 패션을 즐기는 사람들……
작고 좁은 길과 낮은 신호등,
파리의 짧은 다리들.
그리고 L’amour라는 단어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파리 사람들.
나도 그들도
우리는
가끔 여유로운 목마름이 고프다.

4

사랑을 알고 이별의 아픔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던 길고 긴 기다림이 내게 있었기에
사랑으로 아파하는 그녀를 보면 난 너의 상처가 다 낫고 아물 때까지 너의 남자가 되어주겠노라고 생각한다.
봄비처럼 변덕스럽게 다녀가는 남자의 사랑을 기다리기보다 너를 보호하고 지켜주는 것이 내겐 더 더운 연애감정일 걸……
봄날에 꽃은 다시 피어나고 낙엽이 지면 겨울은 오는데 떠난 사람의 마음은 돌아오지 않아……

5

윤주야, 런던에서 조심히 다니고 밤에 너무 나다니지 말고 잘 지내다 와.
그리고 네가 정말 음악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면 학교도 좀 들러보고 이것저것 많이 생각해 봐.
너는 정말 하나님 은총을 듬뿍 받은 아이이고, 그런만큼 재능도 많고 사람들의 사람이 너에게 끊이질 않으니
나는 가끔씩 그런 네가 정말 부럽구나.
남들보다 열 배를 노력해도 잘 되지 않는 사람이 있고,
조금만 노력해도 큰 열매를 맺는 사람이 있지. 넌 후자에 속하는 사람이야.
피아노를 배운 적도 없는데 이미 코드를 알고 있었던 것처럼
뭐든 유리한 고지에 있으니 조금만 더 힘을 내고 용기를 잃지 마!
20대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인생을 좌우하고
지금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너의 20대를 좌우한단다.
이번 런던 여행은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꼭 많은 것을 느끼고 얻고 돌아오길 바란다.
멋진 윤주, 더 멋진 윤주가 되기 위해 런던으로 가는구나.
돈도 얼마 없을 텐데 걱정이긴하다. 하지만 괜찮아.
너는 아직 젊고 재능 있는 옛 시인들도 화가들도 음악가들도 다 그랬어.
예술은 한번도 정숙한 법이 없었고 부유한 법이 없었으니.

_2004년 9월 29일 진경

Body Talk

The Body Talk
감각의 제국에서 감성의 바다로의 몸, 장윤주

사진을 찍는다. 이 사진은 내가 열여덟 살 때, <보그>의 데뷔작으로 찍었던 사진의 11년 만의 오마주다.
당시 <보그>의 포토 디렉터였던 사진작가 정용선은 모델들에게 엄하기로 소문난 분이었기 때문에,
나는 어떤 멋진 포즈도 잡지 못하고 얼떨결에 촬영했을 것이다.
머리에 100개의 실핀을 꽂은 채였고 복숭아처럼 부드럽고 수줍은 10대의 몸이었다.
이 단순한 사진은 사자 머리에 백조 같은 룩을 한 <보그>의 화려한 페이지들 속에서도 유독 눈에 띄었고,
나중에 서계적인 사진가 스티븐 마이젤의 카메라 테스트 콜을 받게 한 행운을 제공했다(타이밍이 맞지 않자 만남이 이뤄지진 않았지만).
그리고 내 모델 인생 중에서 가장 아끼는 사진으로 남아 있다.

프로 모델로서의 첫 컷이 내 인생의 걸작이라니! 그건 행운일까? 불행일까?
생각해보면 나는 그만큼 예민하고 기가 센 모델이었던 것 같다. 첫 사진을 찍은 후 11년 동안 나는 남들과 다른 모델이고 싶었다.
그래서 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 남과 다르게 보이면서도 최고가 될 수 있는 온갖 포즈와 포스를 연구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 카메라 앞에 서면 내 안에서 커다란 목소리가 들린다.
“절제해! 여백의 미든, 절제의 미든, 네가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하지마. 그냥 독자들이 가슴으로 느끼게 해줘.”

그동안 내 몸도 마음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패션과 모델이라는 화려한 직업 속에서도 변하지 않은 것은 내가 여전히 옥탑방에서 산다는 것뿐.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부모님이 사는 집의 꼭대기 옥탑방에서 자고 일어난다.
방문을 열고 나오면 하늘이 보이고 별이 쏟아지는 곳에서 내 감성이 자랐다.
그곳에 살며 첫 사진을 찍고, 첫 책을 내고, 첫 음반을 위한 음악을 만들었다.

모델이라는 세계는 유혹의 세계이며 경쟁의 세계다. 바다만 건너도 개런티 1만 달러가 아니면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겠다는
해외 톱 모델 인터뷰 기사가 실리고, 케이트 모스의 누드가 크리스티에서 600만 달러에 팔린다.
하지만 예전처럼 그런 것들이 내게 크게 자극을 주지 않는다.
9년 차 정도의 모델이 되었을 때는, 반복적으로 옷을 입고, 벗고, 메이크업을 하고 지우고 하는 이 일이 기계적이고 지겹게 여겨지기도 했다.
하늘을 향한 사다리처럼, 그동안 내가 올라가기 위해 너무 필사적이었기 때문이다.
최고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세상에서 나는 살고 있었다. 지금은 더 올라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잘 ‘내려 놓기’ 위해서 이 일을 즐기게 된다.
나는 평생 모델 장윤주로 살고 싶기 때문에, 패션 모델 일을 ‘미칠 듯한 열정의 전부’가 아니라 ‘소중한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싶다.

몸에 대한 시각도 변했다. <보그>와 용기 있게 작업했던 누드 촬영과 몸을 석고로 응고시켰던 보디 아트 프로젝트는
‘신이 내린 몸-장윤주’라는 이슈를 만들었지만, 반대로 인터넷의 바다에 내 몸이 좌표 없이 둥둥 떠다니는 결과도 만들었다.
몸으로 표현한 미적 신념이, 단순히 ‘몸뚱이’로 판단될 때의 착잡함이랄까.

재미있는 건, 그때가 아니라 3년이 지난 지금에야 나 스스로 내 몸이 예쁘다고 느낀다는 점이다.
그 시절엔 가슴과 엉덩이가 있어도 여자의 몸이 아니었다. 내가 진정한 여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향수, 메이크업, 액세서리, 하이힐도 싫어했다. 내가 여자라는 사실보다 ‘남과 다르다’는 사실만 중요했다.
3년 전, 내 가슴과 엉덩이는 마른 몸에 좋은 비례를 만드는 볼륨에 불과했다.
지금은 아기를 낳고 키울 수 있는 성스러운 그릇으로 여겨진다. 그렇게 내 몸이 진짜 여자의 몸으로 변해하는 느낌이다.
배도 도톰해지고 골반도 풍만해지고 내 몸이 달처럼 차고 기우는 게 느껴진다.
어제 몸과 오늘의 몸이 다르고, 무엇을 먹고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서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여전히 에린 오코너처럼 중성적인 몸을 좋아하지만, 그건 취향일 뿐이다. 나는 지금의 ‘둥글고 여성적인 나’를 아껴주고 싶다.
향수, 메이크업, 그리고 무엇보다 스타일은 내 몸을 위한 선물처럼 다가온다.
예전엔 촬영 후, 바로 옷을 벗어버린 후 “명품이 대체 무슨 소용이야?”라고 반항하거나
반대로 “마크 제이콥스를 좋아해요”라고 위선을 떨면서, 정작 그 디자이너의 옷은 한 벌도 갖고 있지 않았다.
지금은 디자이너의 옷을 입어보면서 내 몸과 대화하는 시간이 즐겁다. 마르탱 마르지엘라의 해부학적 메시지가 재미있어 팬츠를 사고,
알버 엘바즈가 사랑스러워 랑방의 트렌치코트와 초록색 빈티지 드레스를 산다. 왜 여기 단추를 달고, 주머니를 만들었을까를 탐험한다.

VOGUE interview
2008. 07

Editing 김지수
Photography 오중석

Bird’s Song

Bird’s Song
모델 장윤주와 일상의 장윤주

톱 모델에서 스타일북의 저자로 다시 방송 MC로 모델 장윤주는 늘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하며 대중과 소통했다.
첫 앨범 을 들고 이제 막 가수로 인사하는 장윤주는 그래서 낯설지가 않다.
스물아홉의 톱 모델 그리고 신인가수 장윤주의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포토그래퍼 질 벤시몬이 포착했다.

우연이었는지 필연이었는지 꼭 1년 만에 포토그래퍼 질 벤시몬과 장윤주는 다시 만났다.
1년 전 엘르 코리아의 창간 15주년을 기념한 화보 촬영에서 처음 조우한 이들은 한국, 중국, 일본을 대표한 모델들 사이에서도
유독 찰떡궁합을 자랑했다. 다음에 꼭 다시 촬영하자는 약속을 한 것도 이때.
마치 사전에 연락이나 한 듯 장윤주의 첫 앨범이 나왔던 지난 11월, 포토그래퍼 질 벤시몬은 다시 한국을 찾았다.
촬영 전 만난 장윤주는 스물 아홉의 여자이며 여전히 소녀가 되고 싶은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했고,
질 벤시몬 역시 꾸미지 않은 윤주 그대로였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전했다.
촬영 당일, 스튜디오엔 장윤주의 CD가 흘러나왔다. 귀에 대고 속삭이는 듯한 소녀의 목소리가 공기를 부드럽게 감쌌다.
머리를 올리고, 블랙 실크 드레스를 입은 장윤주가 꼬마 의자에 앉아 기타를 튕기자 어느새 CD 속목소리가 라이브가 되어 귀를 간지럽힌다.
촬영 내내 웃고, 떠들고, 장난치던 장윤주를 조용히 관찰하던 질 벤시몬이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Q. 미니 앨범이나 디지털 싱글이 아닌 정식 앨범을 냈다. 요즘같은 불경기에 용기있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엔 내가 하고 싶으니까 한다는 마음이었다. 오래도록 소망해왔던 일이고, 준비도 많이 했다.
그런데 막상 본격적으로 앨범 작업에 들어가 현실에 부딪히니 나 역시 쉽지 않았다.
회사에서 “윤주야, 지금 들어가는 돈이 얼마야.” 이렇게 말하면 ‘아, 빨리 돈을 벌어 줘야하는데…’란 조급함도 생겼다.
하지만 미니 앨범이나 디지털 싱글로 찔끔찔끔 내 놓는 게 싫었다. 친구들과  Cmkm 책을 내면서 이미 두 곡을 내기도 했었고…
장윤주의 음악을 확실하게 보여주자 싶어 시작부터 정규 앨범을 내자고 용기를 냈다. 뮤지션이 되기 위한 정규코스를 밟은 것도 아니다.
앨범을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작업을 하는 동안 나의 경험부족이나 우유 부단한 성격 때문에 스태프들이 힘들어 했다.
앨범 전체를 프로듀싱하다보니 음악 외적인 것들까지 신경 써야했다. 스케줄을 잡고, 나중엔 세금 계산서 발행같은 일까지.
또 머릿속 그림들을 말로 설명하려니 잘 전달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고. 몰랐는데, 내가 무척 예민하고 완벽주의자 성향을 가지고 있더라.
스태프들이 잘 나왔으니 다음으로 넘어가자고 해도, 내가 만족하지 못하면 넘어갈 수 없었다.
누군가 ‘이건 이렇게 해’라고 단호하게 말해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봤으니까. 

Q.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이라면 모델 생활에서도 마찬가지였을 것 같은데
그렇다. 같은 주제를 던져줘도 포토그래퍼와 에디터, 모델이 서로 다른 그림을 그릴 수 있으니까.
하지만 현장 경험이 많아서 인지 접점을 찾는 방법도 안다.
또 전체를 총괄하는 것과 모델 일에 충실하는 것은 다르니까. 물론 나는 촬영할 때 단지 모델에만 머물지 않는다. 

Q. 앨범을 만드는 동안 가장 든든한 서포터는 누구였나? 
몇몇 음악하는 또래 친구들이 있는데, 그들과 나눈 이야기들이 힘이 되고, 자극이 되고 그랬다. 정재형에게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재형 오빠는 내 상황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니 중간중간 조언을 많이 구했다.
타이틀 곡 ‘파리에 붙인 편지’는 원래 첼로와 트럼펫을 넣으려고 했는데,
오빠가 들어보더니 “아코디언 하나만 가는 게 좋을 것 같아”라고 말해줬다. 결국 아코디언으로 곡을 완성했다.
그냥 사소한 말 한마디가 수 많은 선택을 놓고 고민하는 내게 큰 힘이 되었다. 

Q. 질 벤시몬도 그랬고, 카를라 브루니 같다는 평이 있다.
단지 모델출신의 가수여서가 아니라 음악의 분위기가 닮았다는 의견도 있는데 분명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외국 출장을 나갈 때마다 모델들이 낸 음반을 들어보곤 했다. 나오미 캠벨도 음반을 냈었고, 카렌 엘슨도 음악 활동을 한 적이 있다.
그들과 카를라가 다른 점은 단순한 가십이나 이벤트로 음악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진짜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 그녀의 열정이 날 자극시킨 건 사실이다. 앨범을 들어보면 난 스무 살 소녀 감성에 가깝고,
그녀의 노래는 좀 더 성숙한 여인의 향기가 묻어난다. 나도 다음엔 이번 앨범보다 좀 더 비워진 음악을 하고 싶긴 하다.

Q. 전반적으로 앨범에 대한 평이 좋다. 확실한 색깔을 가진 신인의 등장을 반기는 눈치고.
당신을 가장 춤추게 한 평은 무엇이었나? 반대로 상처받았던 평가가 있었다면?
까다롭다고 소문난 음악 평론가가 “선입견을 버리고 들어라 그냥 음악을 하는 게 아니다. 지켜볼만한 신인 뮤지션이 탄생했다.”
는 평을 썼는데, 참 듣고 싶은 말이었다.
하지만 모델로서의 유명세를 활용해 앨범을 냈다거나 미디어를 전략적으로 활용했다는 말은 좀 섭섭했다. 그렇게 머리를 쓸 줄 모른다.
앨범 발매 직전에 ‘놀러와’가 방송되었고(이날 방송에서 그녀는 예능인의 발견이라는 평과 함께 검색어 1위에 올랐다),
낭독의 발견, 페퍼민트에 차례대로 출현했다. 원래 ‘놀러와’는 1달 전에 녹화했던 것이고, 나 보다는 영화 <앤티크>의 홍보를 위한 자리였다.
낭독의 발견에서는 개편하면서 새로운 얼굴을 찾던 중 섭외가 들어왔고, 페퍼민트는 노래를 들려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프로그램이지 않나. 

Q. 그럼 앞으로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도 볼 수 있는 건가?
아니. 연말까지는 라디오와 인터뷰 스케줄이 잡혀있고, 연습을 많이 할 생각이다. 1월부터는 크고 작은 무대에서 노래하는 일이 많을 거다.
가수 장윤주의 장점과 단점은 장점은 표현하는 노랫말과 멜로디가 지극히 장윤주스럽다는 것. 내가 가진 모습과 노래의 분위기가 잘 맞는다.
단점은 내 음악이 잘 전달되려면 부르는 나와 듣는 청중 모두 준비가 되어야 하는데, 아직 노래하는 내 모습을 어색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좀 더 시간이 필요하겠지.

Q. 장윤주를 모르는 사람이 당신 음악을 듣는 다면 어떤 사람으로 상상할까? 
지금의 나보다 더 어린 소녀가 보이지 않을까? 자연에서 왔을 것 같은 사람 아닌 무언가 일 수도 있겠다.

Q. 지난 몇 년간 장윤주라는 이름으로 했던 활동들(공동 저자로 두 권의 책을 냈고, 케이블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활약했다)
모두 반응이 좋다. 이번 앨범 역시 그런데 다 가진 것 같이 보이는 지금 당신을 지배하고 있는 생각은? 

아니다. 다 가지긴 아직 너무 부족한데…
앨범을 내고 나니 부족한 것들이 더 많이 보이고, 음악에 대한 욕심도 많아졌다. 다음 앨범, 라이브 무대를 위한 편곡 등.
오늘 아침에도 곡을 하나 쓰고 나왔는데, 사랑에 관한 얘기다. 추워서 그런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면 결국 사랑이라는 감정과 만난다.
지금껏 내가 한 사랑, 현재의 사랑, 앞으로의 사랑. 사랑이란 감정을 잘 간직하면 더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노래 잘하는 장윤주, 감성을 잘 전달하는 장윤주 중 어떤 게 좋은가 감성을 잘 전달하는 장윤주.
근데 결국 그 감성이라는 것도 노래를 잘 해야 전달된다. 노래 연습을 더 열심히 해서 정말 대단한 보컬리스트가 되고 싶다.

<ELLE> interview
2008

Photography Gilles Bensim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