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URE

Grace Beauty
장윤주의 아름다운 몸

장윤주가 또다시 <얼루어>의 뷰 파인더 앞에 섰다. 웨딩 드레스를 입은 결혼 화보에 이어, 만삭의 몸으로 커버를 장식했다.
임신한 장윤주가 지닌 몸의 아름다움 그리고 그녀의 삶 중에서 가장 여유롭고 평온한 시간을 함께 기록했다.

엄마가 되길 기다리며 고요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장윤주는 예전보다 더 깊고 단단해졌다. 장윤주를 둘러싸고 있는 공기는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사랑하고 사랑받는 사람이 뿜어내는 따뜻함. 인터뷰를 하는 내내 남편을 향해선 담백한 존경을, 뱃속 아이에겐 대담한 용기를 내비쳤다.
장윤주는 일과 사랑 그리고 아이라는, 여자의 인생에서 소중하지만 조율하기 어려운 것들을 느긋한 방식으로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에게 불안감을 떨쳐내고 균형 있는 삶을 향해 천천히 나아가는 방법에 대해 말했다.

아이가 태어날 날이 얼마 안 남았어요. 처음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 그리고 지금은 어떤 기분인가요?
아이에 대해 생각할 땐 언제나 두려움이 함께 떠올랐죠.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이제 아이가 생기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더 큰 사랑을 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리고 신기하게도 얼마 뒤 아이가 생겼다는 걸 알았죠. 정말 신기한 일이었어요.
오랫동안 불규칙한 생활과 저체중을 유지해왔기에 아이를 갖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이야기를 의사로부터 들었거든요.
자연스럽게 아이가 생긴 것에 대해 감사해요. 지금은 출산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바람이 있다면 모든 엄마가 그렇듯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나는 거죠

아이를 기다리는 지금 무엇을 하며 지내나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 좋아하는 것들을 해요. 운동도 하고 피아노도 치고 붓글씨도 쓰고요. 아기에게 주는 선물로
1집에 수록된 ‘April’을 동요로 만들어보고 있어요. 그리고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의 일들을 기록하고 있어요.
엄마 아빠가 생일날 무엇을 했는지, 밥 딜런이 뮤지션으로는 이례적으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든지, 지금 세상이 시끄러운 이유 같은 것들이죠.
소소하지만 아이가 나중에 당시의 시대를 읽을 수 있었으면 해요.

엄마가 된다는 것은 굉장한 변화죠. 어떤 변화가 있나요?
어릴 때부터 모델 생활을 해왔기 때문인지 일이 곧 삶이었죠. 일하면서는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했어요.
내 상태, 내 감정,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했죠. 결혼한 후로는 상대를 배려하는 과정 속에서 안정감을 느껴요.
아이를 갖고 그 배려와 안정감이 더욱 견고해졌죠. 그리고 세상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어요.
나라가 혼란스러워 아이가 살아갈 세상에 대해 더욱 고민하게 되요. ‘내가 항상 깨어 있어야겠구나!’ 깨닫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내 주변 사람들을 걱정하고 배려하게 되는 거예요.
아이를 기다리는 지금은 주변을 돌아보는 삶에 대해 배우는 시간이기도 해요.

인류애적인 사랑을 모성애라고도 하죠. 그런데 모성애와 자기애가 부딪힐 때가 종종 있지 않아요?
모유수유 때문에 가슴이 처지는 걸 걱정하거나, 일과 육아 사이에서 우선순위를 정해야 할 때라든가.
아직 엄마로서의 삶이 시작된 것은 아니라 잘 모르겠지만 분명히 현대의 모성애는 무조건 희생하고 헌신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엄마도 꿈을 꾸고 비전이 있어야 하고, 그게 아이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믿어요.
다시 복귀할 수 있을까?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전혀 없다고 말하면 거짓말이죠. 그렇지만 무엇이든 무리하게 하고 싶지는 않아요.
잠시 일을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이 온다 해도, 다른 일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자신감이 있다면 괜찮다고,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하고 싶어요.
임신은 매섭게 세워놓았던 날을 내려놓게 해주었어요. 남편에게도 사랑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게 되었죠.
강하고 독립적인 사람이었고, 일할 땐 그런 날 선 감각이나 고집이 필요할 때도 있었죠.
그런데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쉬어보니 부드러워지고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게 나쁘지만은 않더라고요. 호르몬 때문일 수도 있지만요.(웃음)

몸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모델이니까요.
지금까지 예민하게 몸을 체크해왔기 때문에 작은 변화도 금세 눈치 챌 수 있는데 하루가 다르게 몸이 확확 변하니 그저 신기할 따름이죠.
커지고 늘어진 가슴, 상상조차 못했던 배와 허리 곡선은 낯설고 신선해요. 내 몸이 이렇게도 변화할 수 있구나 경이로울 정도죠.
그런데 예전처럼 완벽하게 관리된 몸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없어요. 왜냐하면 출산 후의 몸이 더욱 기대되거든요.

출산 후의 몸이 기대된다니 놀라워요. 모두들 원래의 몸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걸요.
20대와 30대의 몸이 달랐던 것처럼 출산 후도 출산 전과는 분명히 다를 거예요. 20대는 깡말랐었지만 탄력 있었죠. 팔다리가 정말 가늘었어요.
그때도 가슴과 엉덩이의 굴곡이 확실한 몸이었지만 완연한 여자의 몸은 아니었죠. 그때는 선배들의 큰 골반을 부러워했어요.
그런데 30대가 되니 풍만하고 여성스러운 몸으로 변했죠. 20대보다 탄력은 없었지만 가슴과 엉덩이로 이어지는 선이 더욱 또렷해졌어요.
운동으로 보다 콜라병 같은 몸을 디자인할 수 있었죠. 몸은 세월에 따라 자연스럽게 그 나름의 아름다움을 지녀요.
출산 후의 몸은 더 예뻐질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출산 후의 몸은 어떤 모습일까요?
여자의 곡선을 살아 있고 적당히 살집도 있지만 군살은 없고 다부지게 근육이 잡힌 여유 있는 몸이요.
오랫동안 요가나 필라테스를 한 사람들의 몸을 떠올리면 상상하기 쉬워요. 건강하고 단단한 볼륨이 아름다운 몸이죠.

지난 번 <얼루어>와의 웨딩 화보 인터뷰에서 영원히 여자 장윤주로 남고 싶다고 말했던 거 기억하나요?
여자로서 아름답고 싶은 것은 모든 여자의 본능이죠. 여자다움을 유지하는 것은 스스로를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상태를 말하는 거예요.
대중들애개 아름다운 여자이고 싶기보다는 남편한테만은 여자로 보이고 싶은 데에서 출발하죠.
그렇다고 아침마다 다른 향수를 뿌리고 섹시한 속옷을 입고 성형 시술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에요.
우리 부부는 사물을 보면서 느끼는 소소한 감정까지 많은 대화를 나누는데 그런 과정에서 우리는 누구인지 알아가고 삶의 방향을 확인하죠.
저는 기본에 충실하고 사랑을 담은 메시지를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남편은 그런 꿈을 지닌 나의 모습을 사랑하죠.
누군가의 엄마나 아내로 정의되어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만큼 안타까운 일은 없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이번 만삭 화보를 통해선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가요?
그동안 보아왔던 여신 같고 단아한 만삭의 모습이 아니라 모델로서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임신한 몸에서도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었으면 해요. 우리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고정된 여자의 몸에 대한 도전이죠.
모델의 일은 신체를 통해 내면의 것들을 표현하는 일인데, 이전에는 표현할 수 없었던 새로운 영역의 기록을 남긴 것 같아요.
결과물을 보니 억지로 미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모델 장윤주답게 담백하게 나온 것 같아 좋아요.

앨범, 라디오, 방송, 영화까지 무언가 끊임없이 새로운 영역으로 도전을 해왔어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작업을 계속할 수 있어서 감사하죠. 돌이켜보면 20대에는 두려운 게 많았어요.
보다 당당하게 도전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그 나이에만 할 수 있는 반짝반짝한 것들이 있거든요.
반면에 서른 살부터 지금까지는 앨범도 두 장이나 냈고, 3년간 라디오 DJ를 하면서 대중과 소통할 수 있었죠.
방송과 영화 <베테랑>으로 대중적인 사랑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모델로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모두 누린 시기였죠.
지금은 그 시기가 마무리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어요. 앞으로 제3의 챕터가 나를 기다리고 있겠죠?

그 제3의 챕터는 어떤 모습일까요?
어떻게 시작할 것인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그 전처럼 똑같아야 한다는 강박은 없어요.
올해가 모델 일을 시작한 지 20주년의 되는 해예요. 20년의 시간을 잘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몇 해 전부터 이런저런 준비를 하고 있어요.
대단한 자서전이나 사진집은 아니고, 어떤 형태일지는 아직 미정이지만 20주년을 기념하는 결과물부터가 시작이 아닐까 생각해요.

<Allure> Jan.

  • 에디터 | 남지현
  • 스타일리스트 | 곽지아
  • 헤어 | 백흥권
  • 메이크업 | 고원혜

LISA

LISA


여자 장윤주.

라디오 DJ와 작가로 처음 만나던 날, 물었다.
“장윤주를 대표하는 단어가 무엇일까요?”
그녀는 대답했다. “여자요.”

30년을 넘게 아름다운 여자로 살아왔으면서 새삼 여자라니. 실제로 그녀의 메신저에는 한동안 ‘여자 장윤주’라고 써 있었다. 
처음엔 그 대답이 의아했으나 같이 일하는 시간이 1년이 되고2년이 되는 동안 이해했다. 
오래 ‘일하는 사람’으로 살면서 점점 더 강해져야만 했던 여성이라면 한 번쯤은 품게 되는 바람을 그녀도 품은 것이다.

그녀는 ‘위로자’가 되길 바랐다. 만났을 때, 헤어질 때 항상 긴 팔을 넓게 펼치며 우리를 안아주었다. 
오래 ‘품는 사람’으로 살아온 듯했고 그 일에 소명을 느끼는 듯도 했지만 새벽 1시간 넘은 깊은 밤 라디오, 
“제가 안아 드릴게요”라고 하더니 한숨을 쉬며 그녀가 말했다. “그런데 저는 누가 안아주죠.”

적어도 한 사람에게만큼은 그녀도 깊게 안기는 사람이고 싶었던 것이다. 

강하게 키워온 장윤주 저 안쪽에 담긴 여린 영혼을 한 사람에게만은 안심하고 기대어 쉬고 싶었을 것이다. 
세상에 많은 여자들이 바라는 일.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호 받으며 살고 싶어서 그녀는 자신을 ‘여자 장윤주’라고 했던 것일까.

나는 여리고 섬세한 장윤주를 만났다. 사랑스러웠다. 분명 여자였다.

나는 품이 넓은 장윤주에게 종종 안겼다. 그 품은 어김없이 포근하여 가녀린 그녀였지만 대자연 어머니의 풍요를 느꼈다.
그 또한 분명 여자였다.

바라건대 그 모두를 통째로 안아줄 한 사람을 그녀가 만나기를 바랐다.
마침내 그 날이 왔다.

그녀가 건네준 청첩장에는 ‘Two are better than one’이라고 적혀 있었다.
고마웠다. 둘이 하나보다 나을 사람을 찾기 위해 그녀가 얼마나 고독한 길을 걸어왔는지 알기 때문이었다.
청첩장에는 이전에는 보지 못한 소개글이 적혀 있었다.
‘아들처럼 자란 딸 장윤주 / 딸처럼 자란 아들 정승민’

메신저에도 ‘여자 장윤주’ 대신 ‘믿음과 소망과 사랑. 그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고 적혀 있었다. 
안심이 됐다. 그녀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품어줄 좋은 사람을 만났다고 느꼈다. 
그 사람 앞에서는 굳이 여자임을 강조할 것도 없이 자연스러운 장윤주면 된다고 청첩장의 글귀와 그녀의 표정이 말해주고 있었다.

리사가 태어나던 날. 그녀에게 메시지가 왔다.
‘서른 시간동안 진통을 했다. 자연분만을 하고 싶었지만 결국 수술을 해야했다. 정말 힘들었지만 최선을 다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녀다운 메시지라 웃음이 났다. 힘들었다고 하면서도 리사를 안고 감격해서 울고 있을 여자 장윤주가 그려졌기 때문이다.
아마 그녀는 서른 시간의 고통을 금방 잊을 것이다. 리사가 그녀를 닮았다면 자꾸 자기 앞에 있는 사람을 웃게 하고 싶어할테니까.

봄과 여름 사이. 그녀가 내가 하는 서점으로 놀러왔다. 같이 공원을 걷고 차를 마셨다. 
늘 일상이던 산책과 차 한 잔이 몇 달 사이 특별한 일이 되었다며 그녀는 웃었다. 
그리곤 엄마가 된 행복과 더불어 엄마가 된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했다.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고민도 들려주었다. 
아이를 낳고 무대에 서는 모델이 거의 없다고 했다.

나는 말했다.
“윤주가 했던 말 중에 내가 제일 좋아했던 건 ‘자연스러워요?’라는 질문이었어. 선택을 할 때 대부분의 경우 윤주의 기준은 ‘자연스러운가’였지.
마치 자연스럽다는 것이 궁극의 아름다움이나 삶의 진실에 가깝다는 것을 선천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 같았다고 할까?
글을 쓰는 일이나 살아가는 일에 대해 요즘은 나도 같은 질문을 해. 그게 내가 장윤주에게 배운 가장 멋진 것이지.
모든 일에 처음이 있는 법이잖아. 장윤주가 그 처음이 되면 될 것 같은데?
윤주는 아주 많은 여성들에게 도전의 아이콘이었는 걸. 계속 무대에 서고, 계속 음악을 만들면 좋겠어.
나이 들고 엄마가 되면서 더 풍성해진 윤주를 우리는 분명 좋아할 거고 장윤주는 더욱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될 거야.”

그녀는 또 팔을 벌려 나를 안아주고 떠났다. 길고 곧은 두 팔이 꼭 새의 날개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얼마 뒤 <fly away>가 떠오르는 곡 하나를 보내왔다. <파리에 부친 편지>가 떠오르기도 했다. 
감성은 여전했지만 다른 이야기를 담았다. 자신의 오늘을 자연스럽게 노래했다.

이 앨범은 엄마 테마와 리사 테마로 나뉘어 있다. 

엄마 테마 <영원함을 꿈꾼다>는 장윤주가 직접 피아노 연주에 참여했으며, 여전히 꿈을 꾸는 존재로서 아이의 엄마가 된다는 것에 대해 노래하고 있다. 
사랑이 깊으면 ‘부족한 나라서 미안하다’고 말하게 된다. ‘미안하지만 사랑한다’고도 말하게 된다. 
장윤주는 이미 근사한 사람이지만 아이를 사랑하여 ‘부족하고 미안하다’ 노래한다. 
한편으론 ‘여전히 꿈이 많아 나를 찾아 날아가고 싶다’는 마음도 솔직하게 담았다. 그녀의 솔직함을 안아주고 싶다.

부족한 자신을 보며 웃어주는 아이가 있고, 그 아이의 눈동자에 비친 자신이 있어 새로운 내가 되었다고 
그녀는 스스로 피아노 치며 노래한다. 목소리는 설레고, 선율은 다정하다.

리사 테마 <LISA>는 평소 그녀가 좋아하는 주윤하가 편곡을 맡았고 아코디언은 하림, 클라리넷은 손성제와 함께 작업했다. 
얼핏 <파리에 부친 편지>를 떠올리게 하지만 리사 곁의 장윤주는 먼 세상을 돌아 이제는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을 찾은 사람처럼 즐겁다. 
그녀가 아이의 눈높이에서 깨끗하게 꿈꾸는 듯한 노래를 만들었다는 것이 좋았다. 들으며 아이와 눈을 맞추고 있을 그녀를 상상했다. 
아기가 소녀가 되고 여인이 되고 오늘의 그녀만큼 나이가 들어도 그녀는 여전히 리사 앞에 앉아 딸의 이야기를 들을 것이다. 
라디오 DJ를 할 때 그녀의 꿈은 위로자이며 ‘굿 리스너’가 되는 것이었다. 내가 아는 이들 중 가장 잘 듣는 사람, 장윤주였다. 
이야기를 듣고 있을 때 집중하고 있는 그녀의 표정과 눈빛이 좋다. 그 자체로 깊은 위로다. 
엄마와의 대화 속에서 리사가 이해 받는 느낌으로 행복하길 바란다. 리사가 팔을 벌려 그녀를 안아주는 장면을 그려본다.

– 작가 정현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