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le × piaget

ABOUT OUR LOVE
장윤주, 정승민의 사랑 이야기
낯선 설렘의 섬광 같던 반짝임이 함께한 시간을 통해 단단하고 찬란하게 연마됐음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 있다. 우리들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

Elle X Piaget

  • 모델_ 장윤주, 정승민
  • 스타일리스트_ 곽지아
  • 헤어_ 장혜연
  • 메이크업_ 이준성

ARENA X SEOUL

걷는 서울_장윤주

서울에서 주로 활동하는 영역을 꼽자면 어딜까?
강남 주변. 아무래도 강남을 중심으로 활동하게 된다. 운동도 그렇고 업무와 관련된 미팅이나 각종 촬영 작업하는 공간이 대부분이 강남에 모여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 평생 서울에서 살아온 당신에게 서울은 어떤 의미일까?|
|서울은 내 고향이다.내가 아는 길. 추억이 담긴 가족 같은 도시다. 나에게 가족이란 가장 가깝고 편한 존재다. 늘 그래 왔다. 공기처럼 나를 감싸고 사랑해주는 내 편 같다고나 할까. 때로는 의외의 모습으로 다가올 때도 있고, 서울도 마찬가지다. 서울은 늘 바쁘다. 바쁘게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불안함이 있다. 익숙함 속에 느껴지는 불안정함과 혼란, 그것이 때론 차갑게 느껴진다.

서울은 수많은 거리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중에서 당신이 애정하는 길은 어디인가?
올림픽공원이다. 송파구에서 학창시절을 보내서 올림픽공원은 학교 행사 때마다 가는 단골 장소였다. 학교 행사 외에 굳이 약속을 하지 않아도 친구, 가족, 연인 등과 자연스럽게 산책을 즐겼던 나만의 큰 정원 같은 곳이다. 그래서 그만큼 올림픽공원 구석구석을 잘 알고 있고, 추억도 많다.

모델, 작가, 뮤지션 다양한 영역에서 창의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장윤주에게 영감을 주는 서울의 길은 어디일까?
광화문. 웅장하면서도 카리스마 있는. 더불어 우리나라만의’멋’이 있는곳이라 생각한다. 광화문 주변 일대로 삼청동, 팔판동, 효자동, 청운동 등 곳곳에 한국적인 혼과 정신이 살아있는 동네도 매력적이다.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을 볼 때면, 나도 좀 더 부지런히 서울 곳곳을 둘러봐야 하는데, 하며 반성한다.

즐겨 찾는 길에서 반드시 가봐야 하는 가게가 있다면 추천해달라.
추억이 가득한, 나만의 힐링 공간이었던 단골가게는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곳이 더 많다. 우리나라의 가장 안타까운 점은 기존 공간이 너무 빨리, 새로운 공간으로 바뀌거나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새롭게 나만의 루트를 개척하고 있는데, 그랜드 하얏트 호텔 주변이다. 지난해 남편의 사무실과 카페가 이곳에 문을 연 것도 이곳을 자주 찾게 된 이유 중 하나다. 볕이 좋은 날, 그랜드 하얏트호텔 돌담길이나 남산공원을 걷다 보면 이국적이면서도 고즈넉한 무드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서울 사람으로서 서울 길을 외지인에게 추천해보자. 누구와 함께 서울을 걷고 싶은가?
최근 서울에 왔던 케이트 모스와 카를라 브루니와 함께라면? 오전 8시에 만나 남산공원에서 산책을 한 후 ‘카페trvr’에서 커피를 마시며 아침을 깨운다. 차를 타고 광화문광장을 지나 국립현대미술관 옆길에 있는 조선김밥에서 김밥과 국시, 콩비지 등 한국인이 사랑하는 메뉴로 브런치를 즐기는 상상을 해본다.

번잡한 삼청동 길을 지나 고즈넉하면서도 아기자기한 공간들이 가득한 팔판동 인근을 산책하다 팥죽이나 빙수 같은 디저트를 먹는 것도 좋다. 여유가 된다면, 강남 쪽으로 이동해 세계 어느곳에 있는 매장보다도 멋진 10 꼬르소꼬모 서울을 보여주고 싶다.비이커에 있는 한국 디자이너들의 다양한 아이템을 보며 패션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좋겠다.

W KOREA_ with Kate Moss

Oh, KATE!

케이트 모스와 장윤주의 공통분모

패션을 동경하는 사람 중 케이트 모스의 사진이 하드웨어에 없는 사람이 있을까? 이름만으로 패션사의 여러 챕터를 장식할 유일무이한 현재 진행형 모델이자, 전 세계 수많은 여성의 롤모델인 그녀, 그 어떤 수식어도 필요치 않는 전설적인 슈퍼모델 케이트 모스가 메트로시티(Metrocity)의 광고 모델로 서울을 찾았다. 그리고 더블유는 그녀와 공통분모가 누구보다 많은 모델 장윤주와의 만남을 주선했다. 장윤주는 그녀와 만나기 일주일 전부터 잠을 설쳤다.

당신을 만나게 돼서 너무너무 행복하다. 한국 방문은 처음이라고 들었다. 한국, 서울에 대한 첫인상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우선 다들 정말 친절하고, 시간이 많지 않아 이곳저곳을 둘러보진 못했지만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한국에 와서 천천히, 더 많이 둘러보고 싶다.

이번에 촬영한 메트로시티의 캠페인 사진을 봤다. 당신은 여전히 아름답고, 우아하며, 파워풀하다. 그들과의 첫 작업은 어땠나? 다들 같이 일하기 너무 좋은 사람들이었다. 모두가 예의있고, 위트 넘쳤고, 대단히 프로페셔널했다.

당신도 나도 모델이기 때문에 일에 관한 질문을 하고 싶다. 우리가 하는 일에서 정확하면서 원활한 소통은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음악가나 사진가와의 소통 같은 것들 말이다. 그것을 통해 서로 간에 믿음이 생기는 것 같다.
당신의 말에 깊이 동의한다. 동료 모델들과의 관계, 스태프들과의 소통도 매우 중요하다. 팀 전체가 함께 움직이고, 다들 뭘 하는지 분명하게 이해하고, 어떤 그림을 그리려고 하는지 이해하는 건 소통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해석은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서로 마음을 열고, 소통하는 것이 우리 일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음악은 어떤가? 
당연하다, 음악은 소통에 있어 아주 중요한 요소이고 일상에서도 너무나 중요하다.

나는 음악을 무척 사랑한다. 그래서 일할 때 음악은 무척 중요한 요소다.

당신은 패션을 넘어 다양한 예술가와 협업해왔다. 또 계속 모델 일도 하고 있고, 최근에는 모델 에이전시를 운영하고 있다.
그렇다(웃음).

공식 인스타그램은 이미 내가 팔로하고 있다. 에이전시를 처음 시작했을 때 비전은 무엇이었나?
27년간 함께 일해온 에이전시에서 나온 참이었다. 다른 에이전시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 회사를 직접 만든 거다. 해보지 않은 일을 접하면서 다양한 것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나 자신에게도 자극을 주는 또 다른 도전의 기회로 삼고 싶었다.

팀원이 많은가? 
아니다. 소규모라 에이전시에 직원도 모델도 많지는 않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해보는 중이다.

지금 당장 당신의 에이전시에 지원서를 내고 싶다. 하하.

당신은 많은 여성에게 영감을 주는 인플루언서다. 혹시 현재 모델인 후배들이나 모델이 되고 싶은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까? 
강인하고 주체적인 정신과 마음을 지니라고 말하고 싶다. 하기 싫은 일은 억지로 하지 말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의 영역을 주도적으로 찾고 개발하는 뚝심이 중요하다. 독창적으로, 진짜 본인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고유의 독특함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식상하겠지만 그래도 궁금하다. 앞으로의 계획은? 
일단 모델 활동을 계속할 예정이고, 에이전시 일도 의욕적으로 하고 있다. 계속 이렇게 해나갈 것 같다.당신이 오래오래 모델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 물론이다! 믿지 못하겠지만 나는 계속 모델을 하고 있다(웃음). 

나는 사실 모델이자 싱어송라이터다. 앨범을 세 장 냈는데 당신에게 모두 선물하고 싶다. 그중에서 2012년 앨범은 아이가 태어났을 때의 감정을 담아 만들었고, 내 남편이 직접 디자인했다. 
와! 아내와 남편이 함께 일한다니 너무나 근사하다. 당신 덕분에 런던으로 한국의 일부를 가지고 갈 수 있게 되었다! 진심으로 고맙다.

CREDIT

  • 패션 에디터_김신
  • 포토그래퍼_신선혜

Singles

한 뼘 자라난 장윤주
파리에서 만난 그녀는 더욱 유연하고 지혜로워졌다. 인생이란 영화에서 장윤주가 맡은 배역

“언제나 파리에 편지를 부치는 감성으로 살고 있는 듯해요.” 장윤주가 건넨 첫마디였다. 그녀는 7월 한 달 동안 파리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냈다.

“20대에 찾은 파리는 꿈과 사랑, 30대의 파리는 가족과 사랑, 지금의 파리는 삶과 사랑.
파리는 없던 낭만도 끄집어내는 곳 같아요. 좀더 느리고 털털해도 되고, 몸의 힘을 조금 풀어도 되고.”
홀로 서기를 위해 분투하던 지난 시절의 파리와 가족과 함께 찾은 파리는 느낌과 경험이 사뭇 다를 것이다.
“수없이 많은 날을 파리에서 보냈어요. 비비안 웨스트우드 컬렉션, 각종 모델 세계대회, 오트쿠튀르…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전 두려움이 많았던 것 같아요.
혼자라는 자유를 제대로 즐길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네요.” 지금 알고 있는 것들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우리 모두가 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싱글의 자유는 사라졌어도, 장윤주에겐 남편이라는 든든하고 편한 버팀목이 생겼다.

“남편은 맥가이버 같은 만능 해결사 느낌이 있어요. 내가 못하는 걸 다 해내는. 그리고 그 모든 일을 감당하고 즐기는 남자죠.
그런 사람과 함께한다는 게 참 감사하고 다행이라 생각해요.”
모델, 작가, 싱어송라이터, 방송인, 배우 등 지금까지 총천연색 커리어를 훌륭하게 소화해낸 그녀에게 ‘엄마’라는 역할은 여태껏 해온 어떤 일보다 어렵다.
“아직 서툴러요. 하지만 어떤 위기의 순간에 기꺼이 딸을 위해 죽을 수 있다는 강렬한 힘 같은 게 내 안을 꽉 채워요. 이런 게 모성애가 아닐까 생각하죠.”
그런 딸이 한 사람의 여자로 성장하다 보면 인생의 굴곡에서 사랑으로 아파하기도 하고 비전을 찾지 못해 막막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를 위해 그녀는 딸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려 한다. “전 엄마에게 모든 이야기를 다 했거든요. 우린 비밀이 없어요.
엄마는 내가 만난 모든 남자친구를 다 봤어요. 그 정도로 가장 깊은 친구고, 지금은 그 역할을 남편이 하고 있네요.
대화를 많이 나누는 부부예요. 그와의 대화는 언제나 옳고 유익하죠.” 현재 장윤주 부부가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주제는 파리에서의 좀더 긴 삶이다.

“서울이 아닌 파리에서 가족 모두 살고 싶어요. 의식주를 비롯해 아주 현실적인 것들을 하나하나 준비해보려고 해요. 그 시기는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생각의 노를 그쪽으로 젓고 있어요.” 하지만 아직 장윤주가 우리에게서 사라질 일은 없어 보인다.
당장 9월부터 JTBC에서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예능 프로그램에 엠씨로 출연하기 때문이다.

“배우, 방송인, 가수, 모델 등 내가 즐길 수 있다면 계속 해나가고 싶고 오래 하고 싶어요. 내 안의 끼를 어쩌겠어요?
이미 타인의 시선을 즐기는 일을 하게 됐는데 굳이 멈추고 싶지 않아요. 지혜롭게 잘 헤쳐나가고 싶고, 지경을 넓혀가고 싶어요.
멋진 어른인 동시에 매력적인 사람이고 싶고, 섹시한 여자이고 싶어요. 말은 참 쉽지.”
그런 다양한 커리어를 쌓으려면 내 안의 끼만큼이나 좌절을 다루는 방법 역시 중요할 것이다. 새로운 도전에서 생기는 크고 작은 실패에 매몰되지 않고
빠르게 원상태로 돌아오는 회복력 말이다. “주눅이 들면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을 돌아보곤 해요. 감사할 게 이렇게나 많은데, 왜 만족하지 못하는지 생각해요.
그래도 자신감이 돌아오지 않으면 그냥 나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마음을 비우려 해요. 만족만큼이나 인정이란 게 참 어렵죠.
”나를 인정하는 게 어려운 만큼 타인을 인정하는 것 역시 어려운 일이다. 장윤주에게도 인정하기 어려운 사람이 있었을까?
“예전에 어떤 사람에게 내가 참을 수 있는 한계를 경험한 적이 있죠. 영화 [밀양]을 좋아하는데, 용서에 관한 내용이에요. 완전한 용서란 없는 것 같아요.
의지를 들여 용서하고 오히려 축복하려고 애쓰다 보면 어느샌가 시간이 지나 있고, 그렇게 자연스레 용서가 아닌 망각이 되어가는 게 아닌가 해요.”
내년에 그녀는 마흔이 된다. 지금이 장윤주의 인생 변곡선에서 어느 지점 같냐고 물었을 때, 그녀는 새로운 시작이라 답했다.
“숫자가 바뀌어가는 그 시기에 늘 생각 과 고민이 많았어요. 그리고 어김없이 새로운 삶이 펼쳐졌죠. 나는 20대 때 내가 30대에 방송을 하게 될지 몰랐고.
영화를 찍게 될 것도 몰랐으며 결혼과 육아를 하게 될 지는 더더욱 몰랐죠. 40대에도 생각지 못했던 일들이 펼쳐지지 않을까요? 걱정보다 기대를 해봐요.”

그녀는 자신을 언급할 때 후회를 얘기하지 않는다. 대신 성장과 새로운 기회에 방점을 찍는다. 그것은 어쩌면 타고난 기질일 수도 있고,
어쩌면 삶의 굴곡에서 비롯된 근성일 수도 있다. 이번 [싱글즈] 15주년호의 주제인 ‘What I Love About Me’를 물었다.
장윤주가 자기 자신에 대해 가장 사랑하는 단어는 무엇일까? “성장. 언제나 내가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자라난다고 느끼려 해요.
또 인생에서 마땅히 성장해야 할 책임감 같은 것들을 그냥 지나치거나 외면하지 않으려 해요.

40대인 지금도 나이가 들어간다기보다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성장을 늦추고 싶거나 더 누리고 싶은 마음도 가끔은 있지만.
자연스럽게 성장하고 있는 지금을 격려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축복해주고 싶어요.” 성장이란 단어는 그녀가 매일 딸에게 전하는 기도이기도 하다.
“매일 밤 리사의 손을 잡고 기도를 해줘요. 그 기도에는 이런 내용이 있어요. 31개월 된 이 시기에 성장해야 하는 것들을 축복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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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les> Sept. 

  • 사진 김형식
  • 에디터 김건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