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의 선택



캣워크를 누비고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던 장윤주가 이제 기타를 들고 건반을 짚는다. 걱정할 것 없다. 그녀가 무대를 떠나는 건 아니니까.
벌써 7년도 더 지난 일이다. 토이의 <좋은 사람> 뮤직 비디오에 출연한 장윤주가 샛노란 머리를 하고서 베니스의 거리를 누비고 있었다.
그때만 해도 화보 속에서 누구보다 빛나던 그녀, 누군가의 노래를 배경음악 삼아 팔짝팔짝 뛰어 다니던 그녀가 직접 노래를 부를 줄은 몰랐다.
그로부터 얼마 후 장윤주는 남궁연 악단의 '이대로 떠나 가지만'이라는 꽤 긴 노래를 소화하면서 '보컬 장윤주'로 이름을 올린 적이 있다.
온전히 그녀의 노래라고 할 수 있는 첫 곡은 그녀와 친구들의 여행기를 담은 책이 발간된 때 한묶음으로 나온 DVD에 담긴 'Fly Away'다.
'Fly Away'를 노래하는 장윤주는 아찔한 힐을 벗어버리고 운동화 끈을 메고서 '바람을 따라 내 맘도 따라' 어디든 갈 수 있는 집시였다.
그 노래를 듣고 있으면, 이미 몸은 달리는 어느 기차 위에 올라타 있는 기분이었다.
노래가 흐르는 4분이 지나 기차에서 내려야 할 때가 되면, 문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암코양이처럼 생긴 장윤주의 스모키 화장을 지워내고, 머리 위로 비추는 화려한 조명을 걷어내고,
몸을 감싸고 있는 꾸뛰르 드레스를 벗겨내고 남은 '진짜' 당윤주가 바로 이 모습 아닐까?
통기타를 들고 자신이 직접 쓴 노래를 부르는 톱 모델. 절친한 친구이자 음악적 동료인 정재형과 듀엣곡을 부르면서 무대에 섰던 장윤주.
그동안 감질나게 힌트를 던져줬던 대로, 그녀가 드디어 정규 앨범을 냈다.

"12년 동안 모델 생활을 해왔잖아요. 그 점을 아예 배제시키고 바로 음악만 내세우고 싶진 않아요.
지금까지 음반 제의를 했던 몇몇 회사들이 있었는데, 대부분 '이제 모델 안 해요, 뮤지션의 길을 갈 거에요'같은 모습을 원했어요.
음악이란 게 감성적이고 서정적이라 어떻게 보면 패션과는 좀 동떨어져 보일 수도 있지만, 저는 그 두가지를 앞으로 같이 가져가고 싶어요.
모델 이비지가 강해서, 혹은 음악적 소양이 부족해서란 이유와 상관없이 '이것도 장윤주, 저것도 장윤주'라는 걸 표현해보고 싶거든요" 
요즘은 잘나간다 하는 가수도 정규 앨범은 맘 접고 싱글 앨범 내는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건만,
그녀의 앨범 <Dream>은 신곡과 'Fly Away'의 새로운 버전, 신곡들의 다른 버전을 포함해 총 12개의 트랙으로 채워져 있다.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스물 아홉의 장윤주를 노래하는 '29부터, 사연이 담긴 듯 쓸쓸한 소리를 내는 아코디언 연주와 곡의 전체적인 밝음이 묘하게 어우러지는 '파리에 부친 편지'를 거쳐, 몽롱한 기타 선율을 타고 멜로디가 흐르는 'Dream'까지.
말하는 목소리와 다르게 노래할 때는 놀랍도록 고운 소녀의 목소리를 가진 그녀의 음악은
일요일 오후에 적당한 햇살이 비칠 때처럼 기분 좋게 기지개를 켜게 만든다.



<VOGUE> interview
2008. 12  

Photography 강혜원